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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노벨상② 수상자들 상금은 어디에 쓸까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천예선ㆍ김현일 기자]“노벨상 상금으로 베이징에서 아파트 거실의 절반도 사기 힘들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중국의 투유유(85) 교수가 한 말이다. 올해 노벨상 상금은 800만크로네로 우리돈 11억3000만원 가량이다. 공동으로 수상할 경우 인원수로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투유유 교수는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3명 중 1명이기 때문에 그에게 돌아갈 상금은 3억원이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 교수는 ‘상금을 어디에 쓸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베이징 집값에 비유하며 재치있게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명예와 명성 뿐만 아니라 10억대 상금이라는 금전적 혜택도 누리게 된다. 1993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필립 로스는 “상을 받는 것은 문화적인 사건이지 경제적인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세간의 관심은 수상자들이 상금을 어떻게 쓸지에 쏠린다. 

노벨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금메달과,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이들에게 수여해달라는 노벨의 유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한밤 중 전화(노벨위원회는 수상 발표 몇시간 전에 전화로 소식을 전한다) 한 통으로 갑작스런 거액을 거머쥐게 된 수상자들은 상금을 주택구입이나 자녀교육, 연구지원, 기부 및 재단 설립 등에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구입이나 부채상환, 상속 등 개인적인 용도로 상금을 쓴 수상자들. 왼쪽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볼프강 케테틀레, 엘프레데 옐리네크.

▶빚청산ㆍ주택구입=타임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보통 권위있는 대학이나 직장에 속해 있기 때문에 불후한 환경에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유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상자들은 정직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라며 “평범하고 세속적인 방식으로 상금을 쓴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매사추세츠 공대(MIT) 볼프강 케테틀레 교수는 주택구입과 자녀교육에 썼다. 1993년 의학상 공동 수상자 필립 샤프는 상금으로 100년 된 주택을 구입했다. 또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엘프레데 옐리네크는 상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 “재정적 독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수상자들은 멋진 차나 요트 등 사치품을 사는데 쓰기도 한다. 필립 샤프와 함께 수상한 생화학자 리처드 로버츠는 상금으로 집 마당에 크리켓 구장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1985년 경제학상을 받은 MIT대 프랑코 모딜리아니 교수는 상금 일부로 요트를 구입했고, 2001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너스 경은 고급 모터사이클을 장만했다.

한편 1921년 노벨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은 상금 전액을 첫번째 부인 밀레바 마릭과 두 아들에게 남겼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아인슈타인이 이같은 내용을 노벨상 수상 2년 전인 1919년 이혼 당시 공증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타임은 “아인슈타인이 연구에 도움을 준 마릭에게 감사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부 및 재단 설립 등 상금을 사회에 환원한 수상자들. 왼쪽부터 앨 고어, 아웅산 수지, 크리스티아네 튀슬라인 폴하르트.

▶기부ㆍ재단설립=뜻밖에 들어온 복(福)을 사회에 환원하는 박애주의적 수상자도 있다. 특히 노벨 평화상 수상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1991년 수상자 아웅산 수지 여사는 상금 130만달러(약 15억원)를 버마인들을 위한 건강과 교육 신탁을 설립하는데 썼다. 2007년 수상자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자신이 설립한 재단 ‘기후보호동맹(The Alliance for Climate Protection)’에 기부했다.

이밖에도 2006년 수상자 방글라데시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유스, 2008년 수상자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대통령, 2009년 수상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선단체나 사회복지프로젝트에 상금을 맡겼다.

평화상 이외의 분야에서도 기부하는 수상자들은 적지 않다. 199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귄터 블로벨은 상금 전액을 독일 드레스덴의 성당 복원과 유대교회 신설을 위해 기부했다. 또 2006년 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조지 스무트는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스무트는 “내가 상금을 받는다면 미국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세금을 절반이나 떼어갈텐데, 만약 기부한다면 자신의 인생을 좋은 쪽으로 바꿀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장학금으로 돌아갈테니 이쪽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스무트와 함께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존 매더는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인 존&제인 매더 과학예술재단(John&Jane Mather Foundaton for Science and the Arts)에 기부했다.

2000년 신경세포의 전달 물질과 원리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폴 그린가드는 노벨상 상금을 1983년부터 재직했던 록펠러 대학에 전달했다. 또 과학계 여성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5만달러 상금의 ‘펄 마이스터 그린가드 여성 과학자상(Pearl Meister Greengard Prize for Women)’을 만들기도 했다.

상금을 어디에 쓸지 오랫동안 궁리하다가 결국 기부로 가닥을 잡은 수상자도 있다. 1995년 생리의학상을 받은 분자생물학자 크리스티아네 튀슬라인 폴하르트는 수상 후 9년 뒤에 상금의 상당 부분을 독일 여성과학자들을 위해 직접 설립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마리 퀴리(가운데)와 맏딸 일레네 졸리오 퀴리(왼쪽), 둘째딸 이브 퀴리.

▶연구 재투자=일부 수상자는 과학 연구에 상금을 다시 투자하기도 한다. 1903년 마리 퀴리는 남편인 피에르 퀴리, 그리고 앙리 베르켈과 함께 자연 방사선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고 상금을 연구에 다시 투자했다. 이같은 결정은 1911년 마리 퀴리가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다시 한번 수상하면서 결실을 맺었다.

퀴리 가문은 노벨상 역사상의 최고 명문가문으로 전해진다. 마리 퀴리 뿐만 아니라 맏딸 이레네 졸리오 퀴리는 1935년 남편 프레데리크 졸리오와 함께 화학상을 수상했다. 둘째딸 이브 퀴리의 남편 헨리 라뷔스는 유엔아동기금인 유니세프 사무총장으로 1965년 유니세프가 평화상에 선정되자 대표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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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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