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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이 있는 연휴] 컥! 밟으면 구린냄새…왜 그럴까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사색을 하며 걷기에 좋은 가을길에 은행은 매년 불청객처럼 찾아든다. 코를 찌르는 구린 냄새에 손은 코를 막느라 바쁘고, 밟혀서 터진 은행을 행여나 밟을까 조심조심 걷느라 발끝에도 힘이 들어간다.

가을날 골칫거리로 떠오른 은행 냄새의 주범은 은행 열매 때문이다.

암나무에서 열리는 은행 열매의 겉껍질의 과육질에 함유된 독성물질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nkgoic acid)이 냄새를 일으키는 것. 특히 빌로볼은 피부에 닿으면 옻이 오른 것 같은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사랑받는 것은 수명이 길고 병충해에 강하기 때문이다. 가로수는 공기도 정화해줘야하고, 튼튼한데다 미관상 보기도 좋아야 하는데 이 모든 기준에 합격한 것이 은행나무다.

은행나무의 운치를 즐기되, 열매만 없으면 좋겠는데 요즘에는 이를 주워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은행은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좋은데 이 때문에 길가에 있는 은행에 중금속이 많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서울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서울 시내 은행나무 가로수를 검사한 결과 납이 1㎏당 평균 0.004㎎ 나왔고, 카드뮴과 비소는 각각 0.002㎎이었다. 수은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설악산이나 지리산 은행과 별 차이가 없는 결과로 은행 중금속은 안심해도 되는 수준이다.

은행 냄새를 피하는 간단한 방법은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를 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 나무일 때는 이게 암나무인지 수나무인지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DNA 검사로 수나무에만 있는 물질 ‘SCAR-GBM’을 찾아 은행의 암수 구분을 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이 나온 것이 2011년이다. 문제는 이 검사법이 나오기 오래 전 심어져 이미 아름드리 나무로 자란 길거리 은행나무들이다.

서울 시내 가로수 29만여 그루 가운데 은행나무는 가장 많은 11만4000 그루인데, 한 그루를 교체하는 데도 비용이 200만원 정도가 드니 전부 새로 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은행나무 암나무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중이다. 서울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 위주로 은행나무 암나무를 해마다 300그루씩 수나무로 바꿔 심을 계획이다. 교체와 함께 각 지자체마다 은행과의 전쟁에서 묘안을 찾고 있지만 당분간은 은행 냄새에 익숙해지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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