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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정화’로 망국적 이념갈등 또 끄집어낼 셈인가
정부와 여당이 이념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중ㆍ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기로 사실상 방향을 잡은 모양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주 교육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본란을 통해 이미 지적했듯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 역행적인 발상이다. 역사적 사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며, 누구도 이를 독점할 수 없다.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다양한 역사 교육을 통해 사고의 탄력성을 키워 창의적인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와 교사 등 역사학계가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굳이 정부 차원에서 국정화를 고집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현행 검인정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 관계를 소홀히 다루고, 이념 편향적이라 ‘균형’이 필요하다고 하나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일부 그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내용을 보완하고, 집필 기준과 심의를 더 강화하면 될 일이지 국정화가 해답일 수는 없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국정화에 따른 후폭풍이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단체, 역사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은 유신 독재시대의 발상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나면 강력한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반발의 강도가 한층 높아져 노동계와 진보진영, 일반 국민들까지 가세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케케묵은 이념 논쟁을 부추겨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등 국제질서와 글로벌 경제 환경이 예사롭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 등 4대 개혁의 성공적 마무리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기다. 민간과 정부, 정치권이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매진해도 될까말까한 판에 공연히 국론이 갈리고 이념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 대통령과 정부, 새누리당 등 여권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에 하나 내년 총선 등을 겨냥한 보수진영 결집 의도라면 그야말로 착각이고, 오산이다. 결집은 커녕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무책임한 정권이란 가혹한 국민적 심판만 기다릴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국정화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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