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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대륙부호 만한전석⑭ 파산위기 운하광(狂)…베일 벗는 ‘은둔형 부자’
- 주력기업 우회상장으로 단기간 100억달러 모은 ‘신비의 보스’ 왕징 웨이신 회장
- 조세피난처 개인 법인으로 운하 등 수백억 달러 투자
- 최근 3개월 새 자산 90% 증발 “문제 없다”장담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 3개월여 만에 개인자산 10조6200억원(91억달러가량)을 날린 부자가 한 명 있습니다. 바로 왕징(王靖ㆍ43) 베이징 신웨이(信威)그룹 회장입니다. 현재 그의 손엔 달랑(?)11억달러만 남았습니다. 몇 년 간 벌어들인 큰 돈을 몇 달 새 잃었는데요. 자산 총액 대비 손실 비율은 90%에 가깝습니다. 올 상반기 자산 절반을 날린 리허쥔(李河君) 하너지그룹 회장을 능가합니다.

왕 회장의 최근 소식이 화제가 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수년 전 중미지역 니카라과에 ‘제2의 파나마운하’를 짓겠다고 공언해서인데요. 그와 관련해 세간에 알려진 건 사실상 이게 전부나 마찬가집니다. 그의 별명이 ‘신비의 보스(神秘大亨)’인 이유입니다. 서구 언론들도 왕 회장을 언급할 때마다 “미스테리 억만장자”란 수식어를 붙입니다.

대체 그는 누구일까요. 어떻게 십 수조 원을 번 것일까요. ‘뜬금없이(?)’운하사업에 손을 댄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대표적인‘은둔형 대륙부호’로 불리는 그의 베일을 벗겨봤습니다.

왕징 신웨이그룹 회장

6년 전 시작된 ‘은둔의 역사’ = 왕 회장의 신상 파악을 위해 그가 지분을 가진 신웨이그룹 등 상장사 공시자료를 살펴봤습니다. 1972년 베이징서 태어난 그의 주소지는 지난해 7월 현재 베이징 서남부 펑타이 구(豊臺區)입니다. 현지 언론들도 “왕징은 베이징 신분증을 갖고 있다”고 확인한 바 있죠.

하지만 베이징 토박이인 그의 유년ㆍ청년시절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습니다. 다만 2013년과 작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왕 회장은 “장시(江西)중의약대학에서 전통의학을 전공했다. 베이징 창핑(昌平)전통문화학교 교장을 맡았다. 스물 한 살 때였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세상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6년 전인 2009년입니다. 이동통신기술 전문기업 베이징신웨이(北京信威ㆍ이하 신웨이)의 인수자로 나선 것이죠. 당시 그는 회사 지분 41%를 174억여원(9500만위안)에 매입, 최대주주가 됩니다.

신웨이는 오늘날 신웨이그룹의 전신입니다. 발전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 국영회사 ‘다탕전신과기산업그룹(大唐電信科技産業集團)’ 자회사로 1995년 설립됐습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모기업에서 독립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합니다. 2004년께부턴 경영사정까지 나빠졌습니다. 이후 5년여 간 신웨이 직원 수는 2800명에서 400명으로 줄었습니다. 영업손실도 734억원(4억위안), 매출은 183억원(1억위안)으로 줄었습니다.

사실상 망해가던 신웨이를 사들여 회장이 된 왕징은 회사 체질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특히 몸집 불리기에 주력하는데요. 그는 회사를 상하이 증시에 ‘백도어리스팅(Back Door Listingㆍ우회상장)’합니다. 비상장기업(장외기업)이 증시에 이미 등록된 기업 하나를 골라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하는 것이죠. 장외기업 신웨이는 손해볼 게 없었습니다. 상장 심사나 공모주 청약 등 일련의 증시 등록 절차를 생략할 수 있어섭니다.



왕징 신웨이그룹 회장(왼쪽)과 신웨이 로고 [출처=신웨이 홈페이지]

2013년 9월 왕 회장은 2003년부터 상하이 증시에 등록돼 있던 네트워크설비 생산업체 ‘중촹신처(中創信測)’를 합병합니다. 당시 이 회사 시가총액은 2200억원(12억위안)이었습니다. 신웨이 기업가치는 5조6500억원(308억위안)으로 평가받고 있었습니다. 이 때 현지언론들은 “상하이 증시 최대규모의 우회상장”이라고 평했습니다. 회사명도 ‘신웨이그룹(信威集團)’으로 바뀝니다.

이후 왕징은 승승장구합니다. 회사 가치도 21개월 간 3.8배 가량 뛰었습니다(6월 말 기준). 상장 이후 신웨이 지분 34.58%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를 지킨 왕징의 개인자산은 11조9000억원(102억달러)까지 불었습니다.

조세회피처에서 꽃핀 ‘운하왕’의 꿈 = 현재 왕 회장과 그의 측근과 기타 우호지분을 합한 웨이신 10대주주 지분율은 6월 말 기준 78%에 달합니다. 웨이신은 사실상 왕징의 개인회사인 셈이죠.

왕 회장은 자신의 ‘돈줄’역할을 하는 이 회사에 기대 운하개발 등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넓힙니다. 특히 해외 조세회피처에 만든 개인회사 10여개가 이 일을 맡았는데요. 취재 결과 그 정점엔 역시 왕징 개인이 만든 투자관리법인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왕징의 신웨이그룹과 그가 세운 다양신허 등 관계도

실제 상하이 증권거래소와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그는2012년 9월 14일 베이징다양신허투자공사(北京大洋新河投資公司ㆍ이하 다양신허)를 만듭니다. 왕 회장은 이 회사 지분 100%를 갖고있습니다.

다양신허는 홍콩니카라과운하개발(HKND)에 투자했는데요. 이 또한 왕징이 2012년 8월 세웠습니다. HKND는 세간의 화제가 된 ‘제2 파나마운하사업’을 이끄는 주체입니다. 니카라과를 관통해 태평양과 카리브해를 연결(총연장 278km)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죠.

HKND 소재지는 홍콩입니다. 왕 회장은 지주사 격인 ‘HKND 그룹 홀딩스’를 케이먼군도에 세웠습니다. 기타 ‘니카라과개발 홀딩스’등 운하개발을 돕는 관련법인 4곳의 근거지도 케이먼군도입니다.

왕 회장이 운하를 구상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창장상보(長江商報)와의 인터뷰에서 “(운하사업은) 신웨이가 해외 통신시장 진출을 위해 니카라과에 갔다가 잡은 일종의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공교롭게도 신웨이가 니카라과 당국과 업무협약을 맺은 시기가 2012년 9월입니다. 왕 회장의 개인투자법인(다양신허)이 세워진 때와 일치합니다.

이 운하는 작년 7월 착공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현재 왕징은 총 500억달러가 투입될 이 사업에 개인 돈 5억달러를 투자한 상태입니다.

왕징의 개인회사 HKND가 추진 중인 니카라과 운하

왕 회장은 니카라과 운하 말고도 다양한 해외건설 사업에 투자 중인데요. 2013년 12월 엔 다양신허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만공사에 1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왕징은 각종 세금까지 줄여가면서 해외 각지 대형 프로젝트에 돈을 쏟고 있는겁니다.

중요한 건 단기간에 10조원 이상을 번 왕 회장이 웨이신 인수 이전엔 통신사업 경력이 전무했을 뿐 아니라, 운하 개발 전엔 건설 사업 경험도 없었단 사실인데요.

중국 언론들조차 왕 회장을 “운하에 미친 사나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씨 마르는 돈줄…왕징 “문제 없다” = 마치 승부사처럼 각종 사업을 벌여 온 왕 회장은 그러나 자꾸 말라가는 ‘돈줄’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현재 그는 세계 억만장자들 가운데 개인자산이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현재 왕 회장 손에 남은 11억달러는 6월 말(102억달러)의 10% 수준입니다.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것이죠.

가장 큰 이유는 중국증시가 빠르게 내리막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돈줄인 신웨이 주가는 올 들어 57%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10일 이 회사 주식 51%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며 주가는 더 빨리 내려갔죠.

7월엔 운하개발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24억달러 어치의 주식을 저당잡힌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그의 자산 폭락이 심상찮은 사태임을 알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겉으론 호언장담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단 것이죠.

니카라과에서 운하사업을 추진 중인 왕징 회장 [출처=중국일보망]

왕 회장은 “자금은 문제가 아니다. 미국 월가 등의 투자자들이 (운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옛날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도 돈을 빌려서 지은 것 아닌가”라고 말합니다. 현재 왕 회장은 HKND를 기업공개(IPO)하는 것 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것 만은 분명합니다.

왕 회장은 해외매체와 인터뷰할 때도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낍니다. 단지 “集腋成裘(집액성구)”란 성어로 대신하는데요. 한푼 두푼 모아 큰 돈을 벌었단 뜻입니다.

빈털터리가 될 위기에 몰린 ‘은둔형 부자’는 다시 돈을 모아 일어설 수 있을까요. 세간의 관심이 그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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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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