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남편·Baby-아이·Beast-애완동물유통업계 ‘3B 잡기’로 여성고객들 유혹키덜트 등 전용매장·편의시설 대거 강화 가족단위 쇼핑객 끌어들이며 매출 ‘쑥쑥’
Boy-남편·Baby-아이·Beast-애완동물유통업계 ‘3B 잡기’로 여성고객들 유혹
키덜트 등 전용매장·편의시설 대거 강화
가족단위 쇼핑객 끌어들이며 매출 ‘쑥쑥
#.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워킹맘 김다연(36) 씨는 얼마 전부터 가족 단위 쇼핑을 할 때는 이마트타운을 찾는 일이 늘었다.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이마트 일산점이 있지만 구태여 차를 몰고 먼 곳까지 가는 이유는 남편 때문이다. 함께 쇼핑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던 남편은 이마트타운 내 가전 전문 매장 일렉트로마트에만 가면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김 씨는 “남편을 일렉트로마트에 맡겨 놓으면 쇼핑 시간이 좀 길어져도 남편의 투정을 들을 일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3B(BoyㆍBabyㆍBeast)’를 위한 매장 및 편의시설을 강화하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타운‘ 몰리스펫샵’(왼쪽)과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키덜트 편집숍‘ 볼케이노’ |
기존에 여성들은 쇼핑에 나서려면 세가지 걸림돌과 맞서야 했다. 쇼핑을 싫어하는 남편(Boy)을 달래야 했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뛰노는 아이(Baby)를 타일러야 했으며, 집에 홀로 남겨져 짖고 있을 애완동물(Beast)에 마음 쓰느라 쇼핑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이 ‘3B(BoyㆍBabyㆍBeast)’를 위한 매장 및 편의시설을 강화하면서 가족 단위 쇼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남자는 영원한 소년… ‘탁남소’가 된 매장=남성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움직임으로는 키덜트(Kid+Adult) 마케팅 강화가 대표적이다. 최근 유통업계는 전략적으로 키덜트 매장을 늘리며 탁아소가 아닌 ‘탁남소(託男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이마트타운은 드론, 피규어, 3D프린터 등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장난감이 가득한 일렉트로마트를 열어 남성들의 관심을 끌었고, 8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카페와 캐릭터 판매점을 혼합한 ‘라인프렌즈 카페&숍’ㆍ‘카카오프렌즈숍’과 키덜트 편집숍 ‘볼케이노’ 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달 구로점과 잠실점에 키덜트 전문매장 ‘키덜트매니아’를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었던 마트에 남성과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생기면서 여성 고객들이 장을 보는 동안 아빠와 아이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마트가 온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에 들어선 남성이발소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 6월 소공동 본점에 개장한 ‘클럽모나코 맨즈샵’이나,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선 정통 바버샵 ‘마제스티’가 대표 사례다.
▶‘노키즈존’ 대신 ‘키즈존’… 애완견 놀이공간까지=어린 아이가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를 중심으로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 만들어질 정도로 자녀 동반 외출이 쉽지 않은 사정을 배려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경우 ‘어린이책미술관’, ‘패밀리가든’, ‘키즈암벽체험존’, ‘판타캣 키즈카페’ 등으로 그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어린이 편의시설을 만들었고, 수유방 역시 엄마ㆍ아기와 더불어 아빠까지 가족 단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어린이 전용 놀이 시설인 ‘타요 키즈 카페’나 ‘플레이타임’으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맡아줄 수 있는 시설 또한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마트타운은 입구 근처에 애완동물 전문매장 ‘몰리스펫샵’을 배치해 쇼핑 전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아지를 운동시킬 수 있는 트랙과 운동기구, 고양이 캣타워 등 반려동물 전문 운동시설인 ‘독 런’도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의 ‘펫샵’이나 홈플러스의 ‘아이러브펫’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최대한 편안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모든 유통업체의 숙제”라며 “편의시설 증대로 고객의 체류 시간이 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