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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69돌 한글날④]‘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전성시대
- “한쿡말, 어렵지만 재밌어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평소에도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입학 후 교수님께서 한국의 ‘시조’와 ‘가사’를 읽어주시면서 한국어와 한글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지난달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대학생 올가(20ㆍ여) 씨는 느리지만 정확한 문장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를 털어놨다.

7일 올가 씨를 비롯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만난 세 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애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7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만난 중국인 양소엽(30ㆍ여) 씨, 러시아인 올가(20ㆍ여) 씨, 일본인 치바타 토모히로(19. 사진왼쪽부터) 씨는 한국어와 한글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러시아와 일본, 중국 등 국적 만큼이나 한국어를 배우게 된 계기도 다양했다.

예컨대 일본에서 온 치바타 토모히로(19) 씨는 고등학생 때 만난 한국인 친구에게 한두마디씩 한국어를 배우며 빠져들게 됐고, 중국인 양소엽(30ㆍ여) 씨는 공연기획사에서 한류 스타들과 관련된 기획을 자주 맡게 되며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 높아지며 한국어의 위상도 덩달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한류를 등에 업고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는가 하면, 중국에선 한국식 표현이 새로운 유행어로 자리잡고 있다.

양 씨는 “한국 예능프로그램 영향으로 ‘연하남 대세’처럼 중국에서도 ‘OOO대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가 씨도 “불과 몇 년 전엔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많지 않았지만, 요즘엔 한-러 문화 및 경제 교류 등으로 한국어에 관심을 갖는 러시아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증하듯 1950년대부터 인류의 언어 현황을 조사해온 세계적인 언어 정보 제공 단체 ‘에스놀로그’는 지난해 한국어 사용자 수를 세계 18위에서 13위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어 사용자 수가 6640만 명에서 7720만 명으로 1000만명 가량 늘어났다고 본 것이다.

한국어 발음이나 한글의 독특한 형태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토모 씨는 “개인적으로 한국어 발음이 귀엽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갈아타시기 바랍니다’라는 지하철 안내방송의 발음과 리듬이 귀엽다고 생각해 듣자마자 외웠다”고 했다.

올가 씨는 “자음 ‘ㄹ’이 쓰기도 쉽고 귀여워서 좋다”고 밝혔다. 자음 ‘ㅎ’이나 ‘옷’이란 글자도 모자를 쓴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고 공감하며 “귀엽다”고 했다.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안타까운 점도 적잖다.

토모 씨는 “한국 친구들 가운데 문자를 보낼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면서 “띄어쓰기가 안 돼 있다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양 씨도 “처음 한국인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 ‘응’을 ‘ㅇㅇ’으로, ‘오케이’를 ‘ㅇㅋ’ 등으로 줄여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해 불편했다”고 회상했다. 또 ‘한국어’를 두고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물론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러시아ㆍ일본ㆍ중국 등 이미 전 세계 상당수 국가에서 안고 있는 고민이다.

러시아에서는 단순 외래어 사용 뿐 아니라 러시아어엔 없는 문법을 영어에서 차용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양 씨도 “요즘들어 많은 중국인들이 긴 문장을 사자성어처럼 네 글자로 줄여 표현하는 게 유행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방식이 편리한 면도 있지만, 자칫 청소년들이 온전한 글과 말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여기에 익숙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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