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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잭, 트위터 살릴 준비됐습니까?”…관건은 ‘시간’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잭이 다시 돌아왔다!’

죽어가던 ‘1세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부활의 안간힘을 쓰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후발주자들에게 빼앗긴 ‘SNS의 왕좌’ 자리를 되찾기 위해, 왕좌에서 물러났던 왕을 다시 불러왔다.

트위터는 5일(현지시간) 그동안 ‘임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잭 도시(Jack Dorsey)를 정식 CE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08년 CEO직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잭은 7년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 앉게 됐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 겸 CEO

현재 트위터는 ‘영광의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때 ‘트위터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140자 단문 메시지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지만 활자중심 서비스에 머물러 있는 사이 페이스북 등 젊은 유저들을 겨냥한 차세대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트위터의 위력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사진 중심의 SNS 인스타그램마저 올 1월 월간 이용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하면서 트위터(2억8400만명)를 따돌렸을 정도가 됐다. 당연히 트위터 탄생의 주역이자 한때 인기 CEO였던 잭의 존재감도 잊혀갔다.

전 세계 SNS 월간 이용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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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 6월, 실적부진을 책임지고 딕 코스톨로 전임 CEO가 사임하자 트위터는 잭을 다시 불러들였다. 7월부터 임시 CEO를 맡아온 잭은 결국 석달 만에 완전히 자리를 되찾았다.

그렇다면 ‘돌아온’ 잭은 과연 트위터를 되살려낼 수 있을까?

일단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특히, 트위터의 최대주주인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는 전부터 잭의 복귀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알 왈리드 왕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잭은 스퀘어(Square)에나 집중하라”는 것이다.

‘스퀘어’는 잭이 트위터 CEO직에서 물러난 후 별도로 차린 모바일 결제 기술업체다. 잭은 현재 스퀘어에서도 CEO를 맡고 있다. 트위터 CEO가 된 이후에도 잭은 스퀘어 CEO직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이 그의 트위터 복귀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이유다. ‘트위터 부활’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에 ‘두 집 살림’을 하는 그가 과연 트위터에 전념할 수 있겠냐는 것이 반대 측의 의견이다. 게다가 잭은 올해 안으로 스퀘어를 미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준비 중이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이다. 그가 시간을 어떻게 쪼개 양쪽 회사 업무를 효율적으로 챙길지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잭은 아침엔 트위터 사옥으로 출근하고, 오후엔 스퀘어 사옥에서 머물고 있다. 두 사옥의 거리는 약 150m다. 종종 그 사이에 있는 작은 커피숍 ‘블루보틀(Blue Bottle)’에서 일을 보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사옥

사실 그에게 ‘시간의 효율적 사용’은 가장 중요한 인생철학이었다. 트위터도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2000년 잭은 차량 파견업체 직원들이 ‘현재 차량이 어디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고, 서로의 현재 상태를 단문 메시지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상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늘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던 그는 2006년 결국 트위터를 세상에 내놨다.

이 같은 그의 시간관념 때문에 지지자들은 잭이 트위터와 스퀘어 업무를 영리하게 병행해갈 것이라 믿고 있다.

게다가 최근 잭의 업무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2008년 잭이 트위터 CEO직에서 ‘축출’될 당시 그는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와의 충돌도 잦았다. 그가 지적받은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지나친 강박관념이었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만 매달리고, 지나치게 디테일한 부분에 집착해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

스퀘어 사옥

하지만 최근 미 경제매체 CNBC는 잭이 그동안 스퀘어를 경영하면서 이러한 점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사업전망이 어둡거나 성과가 나지 않으면 재빨리 접는 등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스퀘어 지갑(Square Wallet)’이었다. 매장에서 캐셔에게 이름만 말하면 결제가 되는 신기술이었지만 잭은 전통적인 지불방법보다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판단하에 사업을 빠르게 ‘킬(kill)’했다.

또 하나 바뀐 점은 그가 능력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큰 폭의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잭은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에서 인재를 적극 영입해 스퀘어의 주요 업무를 전적으로 믿고 맡겨왔다. 이는 잭의 열렬한 지지자들도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덕분에 그에겐 시간적 여유가 생겨났다. 트위터에도 상당한 시간을 쏟을 여지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 잭이 양쪽 회사에 더욱 신뢰할 만한 관리조직을 둘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잭 도시 트위터 CEO

이처럼 스퀘어를 경영하면서 잭이 보여준 변화는 트위터 부활에 중요한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이자 친구인 비즈 스톤도 지난 몇 년간 잭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스톤은 “잭이 단시간에 40년치 공부를 하고 온 거 같다”며 “지금 그는 더욱 깊어졌다. 연륜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잭의 컴백을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기도 한다. 잡스도 창업자였지만 이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결국 해고 통보를 받고 애플에서 나와야만 했다. 그러다 12년만에 애플의 구세주로 금의환향해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IT사에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잭 도시 트위터 CEO

뉴욕대를 중퇴한 뒤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잭은 2008년 MIT 기술평가 전문지 TR35가 발표한 ‘세계 최고의 발명가 3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세상은 친정으로 돌아온 그가 또 어떤 ‘발명’으로 트위터를 반등시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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