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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정제영] 無用한 미래 교육과정 만들자
미래학교라는 개념이 사용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학교교육이 근대 산업화시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20세기 후반부터 정보화 사회의 변화에 대응한 미래학교 논의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였음에도 학교교육은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급당 학생수가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콩나물 교실’이라는 옛말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외계어가 돼 버렸다. 하지만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 평가방법 등 실질적인 학교교육은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미래학교 개념은 ‘미래의 환경 변화에 대비한다는 것’보다는 ‘최신의 기술을 학교에 적용하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정보통신 매체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 활용한다거나, 새로운 학교 시설을 적용해 학습 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시설이나 교수-학습의 매체를 새롭게 바꾸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교육의 본질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철학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교육과정을 새롭게 구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교육과정 개편이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첨단의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을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학교육에서도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늘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 기업에서는 입사하면 곧 바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실무교육을 받은 인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인 급격한 변화로 인해 최첨단이라고 일컫는 실용적인 지식과 기술이 얼마 지나지 않아 쓸모없는 것으로 변해버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학교에서 최첨단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학교에서 최첨단의 기술을 가르친다고 해도 졸업하고 나면 이미 쓸모가 없어진 기술이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필요하다고 해서 산업계에서 활용되는 최첨단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 기업에서는 최첨단의 기술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가르칠 사람과 내용을 학교가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를 대비한 학교 교육과정은 첨단의 지식을 담으려하기 보다는 범용성이 높은 근원적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첨단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 낼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수학 교육과정을 디자인한다면 수학의 근본적인 원리를 담고 가르쳐야 한다. 역사교육은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보다는 역사를 보고 이해하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과교육과 함께 인간됨이 바르게 길러질 수 있는 인성교육과 시민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무용(無用)이 대용(大用)’이라는 말처럼 당장은 쓸모가 없어 보이는 지식이 가장 큰 쓸모가 있도록 교육과정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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