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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어ㆍ김치녀’…도 넘은 혐오발언, 형사처벌 되나
- 독일의 경우 ‘악의적 혐오발언’에 최대 징역 3년…전문가들 “일정한 규제 필요”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XX이니까 말을 못 알아 들어요. 장애인한테 사람 대접 해줘야 합니까?”

최근 아프리카TV의 모 유명 BJ가 방송에서 여자게스트에게 한 말이다. 이 BJ의 ‘장애인 비하 막말’은 삽시간에 인권단체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아프리카TV 측은 해당 BJ를 징계하고 막말에 대해서도 공식사과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사진출처=123RF]

최근 스마트폰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불특정 다수를 비하하는 혐오발언이 여과없이 노출되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이나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해 적개심을 숨기지 않는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혐오용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등 사회 곳곳에서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혐오발언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할 때 사용되는 홍어, 과메기, 감자가 꼽힌다. 각각 전라도ㆍ경상도ㆍ강원도를 대표하는 지역 특산물이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지역 비하 의도로 자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본래의 의미가 심각하게 변질된 상황이다.

여기에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김치X’, ‘삼일한(한국 여성은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이라는 은어가 생겨나는가 하면, 엄마들과 한국 남성을 벌레로 취급하는 ‘맘충’, ‘한남충’ 등 하루가 멀다하고 신(新) 혐오용어가 등장하는 판국이다. 

[사진출처=123RF]

문제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발언을 규제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특정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적인 혐오발언은 형법에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고 특정 집단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해 이뤄지는 혐오발언은 피해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이 상황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과 달리 유럽과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의 경우 혐오발언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구체적인 처벌 법안을 마련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은 형법에 ‘특정 인구 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해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 등에 대해 최대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영국 역시 피부색과 인종ㆍ국적ㆍ출신국에 대한 혐오발언을 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한다.

반면 미국은 혐오발언에 대한 제재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형사처벌보다는 행정적 제재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한 규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성별이나 종교, 특정지역 등을 비하하는 모욕적ㆍ위협적 발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개최된 ‘혐오발언 제재를 위한 입법 토론회’에서는 찬반 양측의 팽팽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기령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혐오발언의 문제점과 해악, 그리고 혐오발언을 광범위하고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유럽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할 때 혐오발언을 범죄화하고 규제하는 것이 불필요하거나 과잉규제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다만 우리나라의 정치적 경험과 정치지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개연성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혐오발언 규제에 대한 접근은 간접적이고 최소한의 방식에서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성별, 민족, 연령, 지역, 장애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령 제정 ▷혐오발언을 차별사유로 명시 ▷행정적 제재 및 비사법적 구제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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