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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체시계’ 비밀, 60년 만에 풀렸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온도가 올라가면 에너지가 증가해 생화학 반응이 빨라집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세포분열도 빨라지고 심장박동도 빨라지는 것이죠. 수면주기를 관장하는 생체시계도 이와 같다면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은 온도가 높은 여름에는 3~4시간마다, 온도가 낮은 겨울에는 48시간마다 수면을 반복해야만 합니다.

사진=pixabay


하지만 인간은 비교적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합니다. 심지어 몸에 열이 나도 말이죠. 수면주기를 관장하는 생체시계가 온도 변화와 관계없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체시계의 성질은 1954년에 발견됐지만 그 작동 원리는 이 분야의 가장 큰 수수께끼였습니다.

그런데 60여 년 만에, 국내 연구진이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냈습니다. 카이스트(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가 미분방정식을 통한 수학모델링 기법을 통해 온도가 변해도 생체시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원리를 밝힌 건데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인산화 스위치에 그 비밀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12시간 동안 증가하고 12시간 동안 분해되는 리듬을 평생 반복하는 피리어드2(Per2) 단백질은 온도 변화에 따라 빠르게 분해되는 방법과 느리게 분해되는 방법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방법의 비율을 조절하는 인산화 스위치가 피리어드2 단백질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피리어드2 단백질이 인산화 스위치에 의해 낮은 온도 (30도) 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그래프

다시 말해 온도가 올라가면 인산화 스위치는 피리어드2 단백질이 느리게 분해되는 경로를 활성화해 전체적인 피리어드2 단백질의 분해속도를 늦춥니다. 반대로 온도가 내려가면 피리어드2 단백질이 빠르게 분해되는 경로를 활성화해 피리어드2 단백질의 분해속도를 높여 생체시계 속도를 조절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인산화 스위치와 그 과정에서 사용된 수학 방정식의 일부. 인산화 스위치는 온도가 올라갔을 때 생체시계의 핵심 단백질 Per2의 분해속도가 천천히 일어나게 함으로써 생체시계가 빨라지는 것을 방지 한다.

“인산화 스위치가 생체시계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핵심 요소였다. 인산화 스위치를 조절하는 약을 개발하면 잦은 해외출장으로 인한 시차, 주야 교대 근무 등에 의한 생체시계 고장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겠다.” 김 교수는 이같이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듀크-국립 싱가폴 의과 대학교 데이빗 벌쉽 교수 연구팀, 미국 미시간 대학교 데니 폴저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셀(Cell) 자매지인 ‘몰라큘러 셀(Molecular Cell)’ 1일자에 게재됐습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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