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월 미국 뉴어크박물관에 소장된 한국문화재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뉴어크박물관에 소장된 고종황제 초상 사진이 1905년 덕수궁에서 김규진이 촬영해 미국 외교사절에 제공한 사진임이 새롭게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특히 이 사진은 촬영 장소와 시기, 사진가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사진뿐만아니라 사진이 부착된 앨범과 이 앨범이 보관된 목제 상자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울러 해당 사진은 입수 경위가 명확하며, 복제본이 아닌 오리지널 프린트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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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뉴어크박물관 소장 '고종황제 초상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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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고종황제 초상 사진'이 보관 상자에 담긴 모습 |
김규진은 그동안의 연구에서 대한제국 황실의 사진가로 활동했다고 알려졌으나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전하지 않았다. 이번 사진 발견으로 김규진이 황실 사진가로 활동했으며, 1907년에 천연당 사진관을 열기 이전부터 사진가로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진은 덕수궁 중명전 1층 복도에서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아랫부분을 보면 서양식 타일이 있는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는데 현재 덕수궁 중명전 1층 복도의 타일과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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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중명전의 현재 1층 복도 모습 |
이번 조사에 참여한 장진성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고종 초상 사진은 여러 점이 전하지만 뉴어크박물관 소장 고종 초상 사진은 연대와 작가가 함께 작품에 기록된 유일한 예”라며 “단순히 왕의 초상이라는 미술사적 가치를 넘어 1905년 격동하던 한국근대사의 양상을 알려주는 역사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사진은 미국의 철도 및 선박 재벌이었던 에드워드 해리먼(1884-1909)의 소장품이었던 것을 그의 부인이 1934년 뉴어크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해리먼은 1905년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의 지시로 증기선 만주호를 타고 아시아 각국을 순방했던 미국의 대규모 외교사절의 일원이었다.
그는 1905년 9월 대한제국 황실을 예방했는데, 고종 초상사진을 비롯해 그가 갖고 있던 한국문화재들은 당시 황실에서 선물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초상사진이 미국의 프리어-새클러 갤러리에 소장돼 있는데, 이는 고종이 순방단의 또 다른 일원이었던 루즈벨트의 딸 앨리스 루즈벨트(1884-1980)에게 선물했던 것이다.
당시 고종은 일본의 한국 병탄 의도가 드러나는 가운데, 미국의 도움을 얻고자 순방단을 극진히 대접했다. 하지만 미국 사절단은 한국 방문에 앞선 일본 방문에서 일본과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한국 지배를 상호 인정하기로 한 상태였다.
해리먼이 뉴어크박물관에 기증한 한국문화재는 이외에도 갑주(갑옷과 투구) 일괄품과 조선 말기 화원화가였던 석연 양기훈(1843-1919 이후)의 노안도(蘆雁圖) 두 폭이 있다.
갑주 일괄품은 한말 한국에 왔던 외국인들이 많이 수집했던 고급 갑주로, 잃어버리기 쉬운 투구의 첨대와 술장식까지 거의 모든 구성품이 완전하게 남아있다. 또 전용 칠기 보관함과 함에 담는 의향(옷에 넣어두는 향)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두 유물 역시 해리먼이 대한제국을 방문했을 당시 고종의 초상사진과 함께 황실에서 선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뉴어크박물관에서 조사한 한국문화재 자료를 모두 정리하여 도록 형태의 보고서로 간행할 예정이다.
ss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