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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데이’재난 이기주의속에서도 빛난 ‘인간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3일 방송된 JTBC 금토 미니시리즈 ‘디데이’ 6회는 극한의 상황 속 재난 이기주의를 드러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전기가 이틀 분 밖에 남지 않아 미래 병원이 폐쇄 위기에 놓이고, 물을 아끼려고 화재 진압을 못하게 하는 등 지진 후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며, 사람들은 변화돼 갔다.

미래병원은 혈소판도 혈액도 부족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이해성(김영광 분)과 한우진(하석진 분) 등 환자 치료를 둘러싸고 치열한 대립 각을 세웠다. 

환자 2명이 모두 혈소판이 필요했지만, 병원에 남은 혈소판은 VIP환자에게 모두 제공됐다. 혈소판을 나눠달라는 해성에게 우진은 “어차피 네 환자는 죽고 내 환자는 많이 회복됐다. 둘 중 선택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해성이 “생명이 어떻게 산수고 계산이냐”며 분노했지만, 늘 해성 편에 섰던 강주란(김혜은 분) 역시 “한 목숨이라도 살려야 한다. 냉철해져라”며 우진의 손을 들었다.

사람을 살리는 일도 한계에 이르렀다. 물도 전기도 기름도 떨어져가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재난대책위가 화재 진압을 중지하고 인명 구조에 집중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바람에 소방 호수도, 물도 없는 소방대원들은 집이 불에 타 들어가는 걸 보면서도 어찌하지 못했다.

특히 ‘디데이’는 한계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심리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주유소에서는 기름 1리터를 만원에 팔며 재난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섰고, 길게 늘어선 사람들은 어떤 배려도 양보도 없었다. 

아내와 쌍둥이를 살리려고 한시가 급하다는 부탁에도 사람들은 양보하지 않았다. 재난 이후의 모습이 그렇듯, 남의 것을 탐하는 약탈자들도 생겨났다. 

천신만고 끝에 혈액원에 도착해 부족한 혈소판을 구하고 돌아가던 해성은 괴한한테 각목으로 뒷머리를 맞고 쓰러졌고 결국 오토바이를 강탈당했다. 너무도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혀를 차면서도,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라고 곱씹어보게 하는 등 생각해볼 여지를 많이 남겼다.

구자혁(차인표 분)은 시민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야망을 내비쳐 충격을 줬다. 자혁은 소방본부에 “인명 구조가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한편으로 “특별히 제 구역도 부탁드린다”는 말로 야망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은 있었다. 역시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내 목숨처럼 생각하는 그들이 있어 재난에 지지 않고 모두 힘을 냈다.
 
부족한 혈액을 병원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한테 수혈 받자는 주란의 제안에 정똘미(정소민 분)는 가장 먼저 자원했다. 유람선에 기름을 채우면 환자를 태우고 서울을 벗어날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쌍둥이 아빠의 말에 “내가 가겠다”며 여기 저기서 힘을 보태는 모습도 가슴을 찡하게 했다. 소방관 최일섭(김상호 분)은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해도 포기하지 않았다. 중앙 본부에 “마실 물은 못 줘도 불 끌 물은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어간다. 뭐라고 할 수 있게 해달라. 위에서는 뭐하는 거냐”며 울부짖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본연의 임무를 다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만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는 뻔하지만 그래서 더 가슴 벅찬 희망이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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