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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누가 베스트셀러를 조작하나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소설가 ‘김훈’의 산문 ‘라면을 끓이며’의 베스트셀러 순위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문학동네)가 9월 넷째주 예약판매 만으로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주간베스트셀러’ 11위에 오르면서 2,3개 온라인 서점의 판매만으로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를 수 있는지 의구심이 일부에서 제기된 겁니다.

이는 분명 매력적인 문장으로 마니아 층을 거느린 ‘작가의 힘’일 테고, 일정부분은 출판사의 마케팅력이라고 봐야지요. 그런데 새움출판사 이정서 대표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 한국출인회의인가 문학동네인가-황석영을 죽이더니, 이제 김훈인가?’란 글을 올리면서 파장이 일었습니다. 교보문고, 인터파크, 알라딘 등 대형서점에서의 ‘라면을 끓이며’ 순위를 언급하며 “아무리 좋게 잡아도 종합 100위권에도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 거죠.


이에 문학동네는 보도자료를 내고, “예약판매 기간 중에는 온라인으로만 판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기록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라면을 끓이며’의 각 서점 판매기록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다”며 “판매기간이 아직 2주도 안 되었으니, 조작의 흔적이 있다면 쉽사리 찾아낼 수 있다”고 진상규명을 한국출판인회의에요청했습니다. 그리고 “ 베스트셀러 조작 의혹을 제기한 새움출판사 이정서씨 등에 대해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국 단위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현재 400여곳 출판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하는 주간베스트셀러가 유일합니다. 과거 서점연합회가 얼마간 발표를 해오다 중단한 바 있죠. 책 판매량은 서점은 물론 출판사도 발표하지 않는게 관행입니다. 정확한 판매량은 출판사 내부 직원들도 잘 모를 정도입니다. 영화처럼 전산망이 구축돼 정확한 수치가 바로 나오는 것과 다르죠.

한국출판인회의가 2008년부터 발표해온 주간베스트셀러는 각 서점이 순위를 발표함에 따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조작의 용이성 등이 문제가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집계방식은 8개 서점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1~20위)를 바탕으로 집계되는데, 서점별 순위를 바탕으로 점수 부여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위는 20점, 2위 19점, 3위 18점, 4위 17점 … 20위 1점 식이죠. 또 서점 규모(체인점 포함) 및 총판매 규모, 지역성(인구비례) 등 특성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체인점이 많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는 1.7배를 부여하고 나머지 서점은 1배를 주게 되죠.


한국출판인회측은 다양한 형태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1위에서 10위까지는 같고, 11위부터 20위까지는 한 두권이 서점에 따라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노출효과와 군중심리에 따라 책 선택의 잣대로 작용해 출판사들의 사재기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2013년에는 소설가 황석영의 장편소설 ‘여울물 소리’(자음과 모음)가 사재기 논란이 일어 작가는 책을 절판했고, 출판사 대표는 사퇴한 바 있습니다.

베스트셀러 순위는 사실 독자들을 위한 도서정보제공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주간에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게 맞습니다. 책 판매량이 점점 줄고 있는 요즘, 독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출판사의 노력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안타깝습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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