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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쌓이는 청첩장에 ‘대인관계’ 포기하는 사람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목돈 들어가는 추석이 지나가며 한숨을 돌리는 것도 잠시, 가을 결혼시즌을 맞은 직장인들의 책상서랍에는 청첩장이 쌓이고 있다. 경제불황 등으로 축의금 지출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며 급기야 ‘대인관계’까지 포기하는 이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웨딩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결혼엔 ‘비수기’란 개념이 없다. 보통 주말인 토ㆍ일요일에 결혼이 몰려 있어,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예식장을 구하려는 예비 신혼 부부들의 경쟁이 일년 내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실내 결혼식 특성상 날씨 등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1년 365일이 성수기인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

비수기는 없다지만 ‘극성수기’는 존재한다. 유명 웨딩 컨설팅 업체의 플래너 유모 씨는 “‘5월의 신부’라는 수식어 때문에 봄철에 식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가장 춥고 더운 1,2,7,8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은 전부 극성수기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괜찮은’ 식장을 구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겐 그야말로 전쟁같은 시기인 셈이다.

하객들에게도 ‘전쟁’인 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경제불황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주변의 잦은 결혼 소식이 달가울리 없다.

실제 최근 한 취업포털업체가 직장인 1640명을 대상으로 경조사비 부담 정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2.2%는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들은 1회 평균 5만6615원 가량의 경조사비를 지출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지출은 더 커졌다. 

[사진=헤럴드경제DB]

직장인 배모(30) 씨는 “경조사가 많을 땐 한달에 30~40만원도 지출해본 적이 있다”며, “매주 결혼식이 있거나 한주에 두세탕 뛰다보면 수십만원은 예사”라고 털어놨다.

결혼할 생각이 없는 싱글들의 경우엔 더욱 답답하다. 축의금을 ‘뿌리더라도’ 다시 ‘돌려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친한 지인’, ‘덜 친한 지인’을 가려가며 액수를 정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 돼 버렸다.

예컨대 가볍게 알고 지내는 사람이나 직장 동료는 5만원, 선후배 동창 중 친한 사람은 10만원, 가족처럼 친한 사이면 20만원 이상인 식이다. 이에 축의금 문제로 지인과 의가 상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급기야 경조사비 때문에 ‘대인관계’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모든 지인들의 경조사마다 참석해 돈을 내는 게 적잖은 부담이라 지인을 선별하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강진아(27ㆍ가명) 씨는 “스터디 때 만났던 언니가 최근 결혼을 했는데 지갑 사정 때문에 도저히 축의금을 낼 수가 없었다”며 “나중에 다른 스터디원을 통해 언니가 서운해했단 얘길 들었고, 이후론 민망한 마음에 연락을 못 하고 있다”고 씁쓸해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인율이 높을 땐 축의금이란 게 일종의 품앗이고 보험금이라 언제고 되돌려받는다고 여겨졌지만, 갈수록 결혼하는 이들이 줄어들며 이런 순환관계가 이뤄지기 힘드니 경조사비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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