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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경매 낙찰가율 100% 육박 왜?
감정가 현시세보다 낮은 시점
입찰자 시세 위주로 베팅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 반영
추가비용 발생 시세보다 비쌀수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2계. 모두 7채의 아파트가 경매에 나와 5채가 낙찰됐다. 이중 4채는 경매에 처음 나와 한 번의 유찰 없이 감정가 보다 비싸게 팔렸다.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건 강남구 대치동 ‘쌍용대치’ 아파트 163㎡(이하 전용면적). 12명이 경쟁을 벌여 감정가(12억8000만원) 보다 21%나 높은 15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유일하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지 못한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85㎡도 4억4300만원에 낙찰돼 감정가(4억5000만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응찰자가 한명도 없어 유찰돼 감정가의 80%를 최저가로 경매가 진행된 이 물건에 이번엔 29명이나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98.4%까지 치솟았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100%에 육박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매법원 현장.

요즘 수도권 아파트 경매가 진행되는 곳은 이런 경우가 흔하다. 작년까지 법원별로 10채 이상 경매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물건 자체가 크게 줄었다. 나오는 물건엔 응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감정가를 훌쩍 넘는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흔하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경매시장이 무서울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아파트 낙찰가율은 평균 94.4%로 2007년4월(97.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만 따지면 평균 97.3%로 2006년 12월(100.8%) 이후 최고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이 100% 수준에 육박한다는 건 대부분 아파트가 감정가 수준에서 낙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일단 주택 매매시장 회복 기대감이 이런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매매시장 상승세가 경매시장에 기대감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8월 수도권 아파트는 3.6% 올라 2007년(4%) 이후 연간 상승폭이 가장 크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해 7월 이후 14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매매가격이 많이 오른 곳에서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고가낙찰이 흔하다. 일반적으로 감정평가사들이 시세, 매매사례, 거래량 등을 조사해 작성하는 감정평가는 경매에 들어가기 최소 3~4개월 전(물건에 따라서 5~6개월 전) 이뤄진다. 유찰 횟수가 많을수록 최초 감정 시기가 멀어진다.

최근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은 대부분 올 초에 감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당시 매매 시세가 낮았을 경우 상대적으로 현재 시세 대비 감정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경매 참여자들이 감정가보다는 최근 시세 흐름을 판단해 비싸게 입찰가를 써내면 고가낙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된 구로구 구로동 ‘현대연예인’ 아파트 84.9㎡는 감정가(3억500만원) 보다 비싼 3억3931만원에 낙찰됐다. 로열층에 속하는 10층 물건으로 응찰자가 35명이나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111%까지 뛰었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올해 초만에도 3억원 전후에 거래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 아파트 시세는 올 1월 2억7000만~3억2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 들어 시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현재 3억2000만~3억5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현재 인근 중개업소엔 3억5000만~3억8000만원 가격대에 매물이 나온다. 응찰자들이 이런 시세 흐름을 고려해 높은 가격에 응찰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런 식의 입찰은 매매시장보다 비싸게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주택 시세가 단기간에 오른 만큼 시세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매시장이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 중심으로 오른 경우엔 특히 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감정평가 시점에 시장이 좋지 않다가 시장이 좋아져 현 시세가 감정평가보다 높으면 요즘과 같은 고가 낙찰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경매는 매매시장과 달리 명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무리한 입찰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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