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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인 취준생, 금성인 기업]'직무상식'에 돈 - 시간 쓰는데... 기업은 '상황판단' 중시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시간과 공간 그리고 어떤 사건의 원인과 결과까지, 모든 것이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것을 원한다. 여자가 남자로부터 관심을 받고자 할 때 남자는 여자로부터 신뢰받기를 원하며, 여자가 남자의 이해와 헌신을 갈구할 때 남자는 여자의 인정과 찬사를 얻고자 노력한다”

20세기 최고의 남녀 관계학(關係學) 교과서로 손꼽히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본래 남자는 화성인이고 여자는 금성인이었다”는 가설을 전제로 둘 사이의 사고방식을 차이를 낱낱이 파헤친 이 책은 지난 1992년 출간 당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화성남 금성녀 신드롬’을 관통하는 대중의 ‘욕구’다. 매일 수많은 대상과 관계를 맺고, 또 원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는 너무도 피곤하다. 제아무리 뛰고 구르며 노력해도 상대방은 다른 곳만 바라보고 있으니, 손에는 남는 것이 없고 자존심에는 하나둘씩 금이 늘어간다. 이 악순환의 굴레를 끊고 싶은 것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법을 마련해야만 소모적인 논쟁과 시간, 비용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화성남 금성녀의 교훈’은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이 극대화된 오늘날의 취업시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기업과 구직자의 진정한 ‘윈-윈’을 위해 화성에서 온 취준생, 금성에서 온 인사담당자(인담자)의 ‘뇌 구조’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취준생과 인담자, 남녀 사이보다 멀고도 먼 그들의 마음=취업준비생과 인사담당자 사이의 인식차이는 채용의 첫 관문인 서류전형에서부터 시작돼 직무적성검사, 면접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과정에 걸쳐 빠짐없이 드러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명한 간극이 발생하는 대목은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직무적성검사다.

우선 취업준비생 41%는 직무적성검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자와 역사, 시사상식 등 ‘직무상식능력’ 개발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언어능력(22%)’이 제2의 투자처로 꼽혔으며, ‘수리능력(15%)’과 ‘상황판단능력(12%)’, ‘추리능력(8%)’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직무적성검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으로 ‘직무상식능력’을 꼽은 인사담당자가 단 16%(3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사담당자들은 직무적성검사를 통해 ‘상황판단능력(39%)’을 중점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집중하는 ‘언어능력’ 역시 단 11%(4위)의 인사담당자만이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절반에 가까운 취업준비생들이 인사담당자 10명 가운데 단 한두 명만이 시선을 두고 있는 ‘주변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헛되이 시간과 돈을 쓰는 셈이다.

아울러 면접전형에서도 51%에 달하는 취업준비생이 단 한 번의 ‘최종 면접’만을 염두에 두고 면접 준비에 임하는 반면, 62%의 인사담당자는 실무진-임원면접 또는 실무진-역량평가(집단토론ㆍ프레젠테이션 등)-임원면접으로 다원화 된 ‘단계별 면접’을 주로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돼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의 의도에 맞게 ‘단계별 면접’에 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은 29%에 불과했으며, 면접전형이 전체 채용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취업준비생(총 41%가 전체 채용과정에서 면접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을 30~50% 내외로 예상)과 인사담당자(총 33%가 전체 채용과정에서 면접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을 70% 이상으로 책정)의 인식차이가 극명했다.

이 외에 직무적성검사 결과를 지원자들에게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취업준비생 82%가 ‘부족한 부분 보완 필요’를 이유로 찬성표를 던진 반면, 인사담당자의 59%가 ‘정보유출 우려’를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취업준비 부담 늘리는 취준생ㆍ인담자의 ‘인식차이’=이처럼 취업준비생과 인사담당자 사이의 인식이 엇갈리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층의 부담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5일 공개한 ‘은행권 대학생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대학생들의 대출은 지난 2013년에 비해 2086억원(23.8%, 올해 7월 말 기준)이나 늘어났다. 이는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수치로, 청년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구직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사용하는 돈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들이)정확한 전략이나 구체적인 계획이 없이 무조건 취업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정작 채용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되지 않은 자격증과 상식점수를 얻기 위해 많은 지출을 하게 된다”는 것이 한 채용 전문가의 지적이다. 실제 최근 한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 취업준비생들은 구직활동에 월평균 22만8183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최근 채용과정에 다양한 정성적 평가기준들이 도입되면서 오히려 불안감을 느낀 취업준비생들의 ‘묻지 마 취업투자’가 늘고 있다”며 “무작정 학원 등을 찾기보다는 주변 선배를 통해 자신이 취업을 원하는 기업의 핵심 평가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취업준비생 500명과 기업 인사담당자 150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10.33% 포인트로, 약 95%의 신뢰수준을 자랑한다. 조사는 이달 15일부터 24일까지 약 2주간 진행됐으며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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