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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통법 1년]정부-기업-소비자 체감온도 ‘극과 극’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단통법 시행으로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고 이동통신 시장이 투명해져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요즘 데이터 사용량이 늘었는데도 가계 통신비는 줄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롯데하이마트 휴대전화 양판점을 방문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이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잘 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비판은 지난 21일부터 미래창조과학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소비자 의견 청취 캠페인 ‘단말기유통법! 여러분들의 의견은?’에 올라온 글들에서 적나라하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견이다. “호갱을 없애라니까 모두를 호갱으로 만들자는 발상” “시장을 정부가 컨트롤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법”이라는 일반인들의 답글은 단통법에 대한 일각의 민심을 잘 드러낸다.

오는 10월 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체감온도는 싸늘하다.

핵심은 정부는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통신비의 인하 등의 지표가 “합리적인 소비의 정착”이라고 평가하는 반편, 소비자들은 “궁여지책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지표를 두고 서로 간의 해석이 다르다.

정부는 각종 자료와 지표를 통해 단통법 시행이 기존 지원금 경쟁에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요금ㆍ서비스 경쟁으로 통신 시장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고 자평했다.

먼저, 단통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의 감소와 기기변경 가입자 증가를 정부는 ‘가입유형에 따른 차별 해소’로 평가했다. 또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들은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게돼, 지원금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 차별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저가요금제에도 지원금이 제공되고, 지원금을 미끼로 한 고가요금제ㆍ부가서비스 가입유도 행위가 금지돼 합리적인 통신소비가 정착했다는 것도 단통법의 성과로 꼽았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폰의 인기도 단통법의 효과로 풀이했다.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게릴라식으로 과도한 지원금 지급함에 따라 대란이 반복 발생하였으나, 법 시행 이후 시장안정화 및 이용자 차별 감소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미래부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 소비자는 “미래창조과학부나 법안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자화자찬하는 법”이라며 ”가계통신비가 줄어들었다고 하는데 단말기 요금이 비싸져서 15개월 이상 넘어가는 폰들이나 중고로 구매해 줄어들었다는 것은 쏙 빼고 통계상으로만 줄었다고 단통법은 좋은 법이라고 하지를 않나…”라며 답글을 달았다. “우리들에게 현재의 법이 어떤지 묻기 이전에 도대체 왜 통신사의 보조금을 이용하여 단말기를 저렴하게 사는게 불법인지부터 해명하시죠”라고 반문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주요 성과로 꼽은 지표에 대해 일부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가입유형, 가입시기, 가입매장에따른 지원금 차이 감소를 ‘이용자 차별 해소’이 아닌 ‘차별의 평등화’라며 반발한다. 예전에는 일부가 ‘호갱’이 됐지만 단통법 시행 후에는 “모두가 호갱이 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대표적이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폰의 인기는 단통법의 효과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울며 겨자먹기”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단통법 비판론자들의 의견이다. 프리미엄폰의 출고가가 낮아져도 통신사 지원금이 충분치 않으니 교체 주기가 늦어져 단말기 구매 비용이 감소하고, 중저가폰으로 신규 구매가 쏠린다는 분석이다.

왜 정부가 제시하는 각종 지표와 설명에도 불과하고 단통법에 대한 반발과 비판은 끊이지 않고, 정부와 기업, 소비자들 사이의 체감온도가 극과 극이 된 것일까.

현재 찬반 논란을 잘 들여다보면 논란은 ‘단말기 지원금’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통신비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나 데이터중심요금제 등으로 긍정적으로 ‘조정’이 됐으나 소비자들이 여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말기 구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신사들의 ‘가격 경쟁’을 단통법으로 묶어 놓았으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소비자들의 체감 뿐만 아니라 단말기 지원금 규제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학계의 주장도 강하다.

현재 논의 지형을 보면 어쨌든 현재 최대 33만원인 지원금 규정은 손을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예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폐지하기 어려우면 적어도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애초 단통법에 도입이 추진됐던 지원금 분리공시제를 다시 끌어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단말기 지원금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 등의 안은 현재 국회에서도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국정감사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원금 상한선 변경과 분리공시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여러차례 표해 이루어질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로 인해 단통법이 계속되는 한 지원금 상한선 존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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