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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열野史]30년 이어진 '헤쳐 모여'…다시 '분열' 앞에 선 野
야권 원로·정치전문가 9인에 들어보니
중진들 열세지역 출마론에 잇단 반발
리더십 부재속 공천권 잡음 되풀이
현역의원 탈당 이어져도 막을 힘 없어
대선 직전에나 정권교체 위해 뭉칠수도


야권(野圈) 분열의 서막이 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판도라의 상자’인 인적 쇄신안이라는 뇌관을 터뜨리면서다. 그간 내홍이 워밍업이었다면 이건 본게임이다. 김한길ㆍ안철수 전 대표는 물론이거니와 박지원 의원 등 중진에겐 내년 총선에서 열세 지역 출마, 불출마를 종용했다. 당장 박 의원은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혁신안을 내놓은 걸 보면 ‘당신들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으로 한 고비를 넘긴 듯했던 제1야당은 먼저 당을 박차고 나간 천정배ㆍ박주선 의원의 뒤를 따를 현역의 ‘러쉬’를 막을 힘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분열은 30년 역사가 지목하는 야당의 DNA<그래픽 참조>다. 야권 지지 세력조차 염증을 느껴온 이런 분열극(劇)의 ‘셀프 커튼콜’은 자가 치유력을 상실한 야권 정치인들의 습성이다. ‘습관성 분열→대선 직전 야권통합’이라는 ‘통합만능주의’로는 정권교체가 난망하다는 지적이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도토리 기재기’식의 무(無)리더십 속에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몰되는 모습으론 ‘내년 총선 필패’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헤럴드경제가 24일 새정치연합 원로ㆍ정치전문가 등 9인에게 총선을 앞두고 야권 분열이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자 8명이 “합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정연정 배재대 교수(공공행정학)는 “(신당 창당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은 돌아올 명분도 없고, 나중에 합당을 해도 선거를 이길 수 없다”며 “국민적 여론이 야당에 표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도 “(탈당 의원들이) 상당히 감정적인 골도 깊기 때문에 합치는 건 어렵다”며 “끝판에 가서 연합공천은 가능하겠지만 합당은 어렵고, 제3의 정당으로 뭉치자는 것도 현 상황에선 어렵다”고 진단했다.

야권 분열사(史)를 직접 경험한 새정치연합 원로들의 생각도 총선을 계기로 한 야권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동교동계 중심으로는 대선 국면에선 결집체가 생길 걸로 전망했다. 송현섭 고문은 “내일 모레가 총선인데 이미 탈당한 사람이 돌아오겠나”라며 “대선 직전에 정권교체를 위해 합칠 것”이라고 했다.

동교동계 박양수 전 의원도 “총선 치른 다음에 대권을 위한 결집체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이훈평 전 의원은 “각개로 뛰다가 나중에 합칠 것”이라며 “총선은 지는 거지. 철저하게 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분열 이후 통합을 예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과거 대통합민주신당, 민주통합당 만들어서 선거에서 이긴 적 있나”라며 “통합만능주의에 빠져있다. 통합 안 하면 (선거에서) 진다고 하는데, 질 거면 통합 해도 진다. 역대 선거에서도 그랬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야권 분열의 원인으로는 리더십 부재와 공천권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정희 교수는 “탈당과 신당은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인데 이를 강력하게 휘어잡을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리더십의 부재는 곧 문재인 대표의 한계다. 분열을 막는 구심점이 되기엔 미약하다는 것이다. 김준석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야권이 분열해도 김대중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며 “정권을 잃으면서 정책으로만 당을 묶어두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공천권도 야권 재편을 초래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천정배ㆍ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당ㆍ탈당 행보가 이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김준석 교수는 “박준영 전 지사는 단체장 공천배제가 있어 자신이 20대에 공천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창당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박주선 의원은 여러 차례 탈당 전력이 있어 공천을 고려했을 것이고 천 의원은 지난 4ㆍ29 재보궐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분열의 판이 벌어진 만큼 신당의 파급력은 어떨까. 의견이 분분했다. 송현섭 고문은 “선거철이 되면 군소정당이 존재한다. 이번에도 정당이 만들어지겠지만 (국민에게) 지지받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또 “(새정치연합 내) 탈당 인원이 두 세 사람으로 끝나면 신당이 성립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면 정연정 교수는 “신당 세력이 호남을 배경으로 해서 친노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신당이) 호남에서 승리하면 새정치연합의 존립기반 자체가 상당히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필수ㆍ양영경 기자/essential@heraldcorp.com

인터뷰에 응해주신 분들

김준석 동국대 교수,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수, 정연정 배재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송현섭 새정치민주연합 고문, 박양수ㆍ이훈평ㆍ이윤수 전 의원(이상 동교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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