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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소리는 왜 북한서 사라졌나…김일성때 ‘탁성’ 싫어해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됐지만 북한에서는 사라졌다. 북한에서 음악은 정권 선전을 위한 도구인데 판소리의 탁한 소리는 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은 24일 우면당에서 ‘제2회 북한음악 연주회 및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분단 70년간 달라진 북한의 음악을 조명했다.

북한은 1950년대부터 일제강점기에 단절됐던 민족음악의 현대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김일성 주석의 취향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제공=국립국악원]

이번 학술회의 발표자인 이경분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HK연구교수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은 “판소리는 옛날 귀족들이 술마시면서 하던 노래”라며 판소리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김 주석은 남도음악 발성의 특징인 탁성을 ‘쐑소리’라고 싫어한 반면 단조의 군가와 경쾌한 유행가를 선호했다. 쐑소리는 판소리에서 인위적으로 내는 거칠고 탁한 소리를 말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음악은 국가에 대한 충성과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가사를 중요하게 여겼다. 김 주석이 “참으로 아름다운 선률을 가진 노래”라고 칭송한 <모란봉>은 후렴구가 “얼씨구 좋네 절씨구야 우리네 평양은 좋을씨구 사회주의 건설이 좋을씨구”다.

1950년대 창극에서 탁성 제거가 시도된 이유도 가수들이 탁성으로 노래하면 가사전달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참여한 엄국천 경기도립국악단 기획실장은 “탁성을 제거하고 맑은 소리를 택한 것은 명창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의 수련이 필요하고, 대중들이 판소리를 쉽게 따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생활 속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민요가 선호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민요를 부르는 가수들은 ‘민성’이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은방울 굴러가는 것처럼 부르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한 작곡가들은 노동당의 사상을 선전하고, 노동당의 의도를 대중 속에 침투시키기 위한 곡들만 써야했다.

이경분 교수는 “북한 민족성악은 ‘음과 양’의 조화라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밝고 맑은 ‘양’에만 편중돼있다”며 “북한정권의 선전이 음악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점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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