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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ADERS CAFE] ‘어쩌다 어른’이 된 40대의 일그러진 초상
일상을 날카롭게 해부해 심연의 진실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보여온 소설가 백가흠의 네번째 소설집이다. 등단 15년차 사십대에 이른 작가의 자기 성찰이 돋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2011년부터 발표해온 아홉 편의 작품을 담았다. ‘어쩌다 어른’이 된 우울한 사십대를 작가는 고등학생 때 88올림픽을 경험하고 이십대에 외환위기를, 삼십대에 월드컵 응원전에서나 에너지를 발산한 세대로 특징짓는다. 소설 속 ‘사사’(四十四)들은 일정한 성취라든가, 안정이라든가 지천명을 예비하는 차분한 성찰과는 거리가 멀다. 바쁘게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잘못된 인생이라는 좌절을 경험하는 사사들의 면면은 뼈아프다. ‘더 송’은 무례하고 이기적인 정문철의 적나라한 자화상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가 벌이는 일은 가관이다. 혼자 욕을 하고 CCTV를 노려보고, 욕을 하고 코딱지를 붙여놓는가하면 요의를 참지 못하고 일을 보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는 불만과 욕구의 배설 공간인 셈이다. 그는 대학시절 얹혀 살았던 여자친구 해랑의 친구가 데려온 개 뒤치닥거리에 화가 나 추운 날 바깥으로 내몰아 죽게 만든다. ‘흰개와 함께 하는 아침’에선 지도교수의 퇴임자리를 노리는 나의 비루한 모습이 펼쳐진다. 퇴임 술자리에서 후배가 그를 향해 “줏대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있는 게 고작 아부가 전부야”라며 비아냥 대도 지도교수 눈에 거슬릴까봐 아무말 못한다. ‘四十四’의 나는 괜찮은 직업에 명품구두를 수집할 정도로 여유있는 생활을 하지만 잘못된 연애의 기억 때문에 관계맺기를 두려워한다. 페이스북을 즐기게 되면서 한 남자를 알게 되지만 이내 가상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고 두려워진다. 작가가 들려주는 불편한 진실들은 우리 사회 자화상으로 비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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