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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곽으로 밀려난 행복주택…‘그래도 아이들 웃음 가득한 사람사는 곳’
-입주 앞둔 구로천왕 행복주택 가보니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박근혜정부의 주거핵심 공약이었던 행복주택. 첫 입주를 한달여 앞둔 지난 24일 다음달 입주를 시작하는 서초내곡, 송파삼전, 구로천왕 3개 단지중 공급량(374가구)이 가장 많은 행복주택 구로천왕 지구를 찾았다. 오후 1시께, 버스로 여의도를 출발한 기자는 중간에 한번 갈아타고 구로구 천왕동 27번지에 도착했다. 1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이펜하우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펜하우스는 1단지부터 6단지까지의 3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전체 가구중 70% 정도가 임대 아파트다. 

서초내곡, 송파삼전, 구로천왕 3개 단지중 공급량(374가구)이 가장 많은 행복주택 구로천왕 지구의 행복주택 전경(이펜하우스 7단지).

최근 준공을 완료한 이펜하우스 7단지가 바로 목적지인 ‘행복주택’이었다. 행복주택을 알리는 어떤 팻말도 없었고 외양 역시 이펜하우스 단지중 하나였다.

공사 현장은 마무리가 돼 있었다. 이펜하우스 시공을 맡은 우신건설의 이재현 과장은 “아파트는 현재 준공이 끝났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펜하우스 7단지 내부 사진. 전 가구가 29㎡로 구성됐다.

이펜하우스 7단지는 총 5개동으로 구성되며 1~3층은 주로 노년층과 주거취약계층, 4층이상에는 사회초년생 등이 거주할 예정이다. 374가구 전부 29㎡ 원룸형으로 사회초년생 243가구, 신혼부부 57가구, 고령자 36가구, 주거급여수급자 38가구가 터를 잡는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사회초년생 113가구, 신혼부부 187가구 등으로 모집했으나, 신혼부부는 130가구가 미달됐다. 국토부는 이를 사회초년생으로 채웠다.

행복주택은 최근 분양을 하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어린이놀이터’, ‘실버라운지’, ‘어린이집’, ‘북카페’, ‘게스트하우스’등이 구비돼 있다.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에게 책상 등이 지급되는 송파삼전과 달리 천왕지구 행복주택은 빌트인(Built in)은 아니다. 

임대료는 저렴한 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회초년생의 경우, 보증금 3816만원에 월세 19만원, 보증금을 조정할 경우 전환율 4%가 적용된다. 최대 6년까지 거주가능하고 2년마다 계약갱신을 할 수 있다. 1000만원으로 환산하면 29만원 수준. 천왕역 인근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오피스텔이 1000만원에 보증금 50만~60만원 정도니 절반 수준이다. 

구로 천왕 행복주택 위치도.

서울 곳곳에 행복주택을 짓는다는 발표가 있고 나서, 저렴한 임대료로 인근 민간 임대시장 시세를 끌어 내린다는 우려도 나왔던 터. 이와 관련해 인근 그린공인 관계자는 “천왕역 인근에 오피스텔들이 좀 있지만, 수요자들이 완전히 달라서 임대료 시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주민반대로 결국 지구지정이 취소된 목동, 행복주택지구 지정이 됐지만 결국 흐지부지될 송파잠실지구. 그렇다면 천왕동 주민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천왕역 인근 타운 공인 관계자는 “여기 사는 분들이 다들 살기 바쁘신 분이라 ‘반대’를 하고 그런 여유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펜하우스 7단지 평면도.

이펜하우스 7단지를 둘러본 결과 개선점이 눈에 들어온다. 705동 1층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규모 축소가 필요해 보였다.

이펜하우스의 경우 신혼부부 모집에서 미달돼 나머지 130여가구가 대학생으로 채워졌다. 접수 미달의 원인으로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29㎡ 원룸이 좁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신혼부부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어린이집이 필요할까라는 의구심이 든 것이 사실. 어린이집 대신, 행복주택 가구로 채워도 되는 상황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고 했다. 주차장은 1가구당 한대에 못미치는 0.7대.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젊은층이 대부분이라 차를 가진 사람이 많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펜하우스는 유독 아이들과 노인들이 많은 아파트 단지였다.

오후 4시쯤되자 7단지 앞 상가에 있는 보습학원으로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든다. 1층에 있는 대형마트로 몰려드는 유모차를 끈 엄마들과 공원에서 유모차를 끌고 있는 노인들도 보인다.

천왕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펜하우스에 뒷편에 위치한 서울남부구치소로 향하는 하늘색 법무부 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행복주택이 결국 도심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외곽에 머물고 만 것 같아 씁쓸한 느낌도 들었다. 행복주택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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