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명절이 외로운 사람들, 한끼식품] 난 편도족, 이상하다 보지 마세요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편도족(편의점에서 도식락 먹는 사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한 빌딩 관리자로 일하는 최모(41) 씨의 아침상은 편의점에 차려진다. 출근은 7시30분까지지만, 7시15분께 도착해서 편의점에 들른다. 4500원짜리 도시락을 계산하고 매장 구석으로 향한다. 초록색 테이블 4개가 놓여있는 이 공간에는 매일 최 씨처럼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다들 오른손으론 젓가락질, 왼손으론 스마트폰을 연신 터치하고 있다.

최 씨는 ‘편도족’이다. ‘편의점 도시락족’의 줄임말인 편도족은 편의점에서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최 씨가 일하는 건물에 입주한 기업들은 오는 29일까지 쉰다. 구내식당과 주변 밥집들도 문을 닫는다. 하지만 건물 관리자들은 연휴 4일 중 이틀은 교대로 근무해야 한다.

<사진설명>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도시락을 사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그는 “처음엔 식당도 아닌 편의점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으려니 어색했다. 근데 나처럼 편의점에서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며 “집사람은 ‘마누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며 연휴땐 직접 도시락을 싸주겠다고 했지만 그냥 편의점에서 해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도시락 산업의 규모를 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외식ㆍ유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도시락 산업만큼은 매년 성장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 편의점 3사(CUㆍGS25ㆍ세븐일레븐)가 도시락으로 거두는 매출은 2010년 이후 매년 40~50%씩 성장했다. 본도시락, 오봉도시락, 토마토도시락 등 도시락 프랜차이즈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푼이라도 아끼고자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자 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창출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락이 어엿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취업 준비생들도 혼자 밥 먹을 일이 많다. 값싸고 편리한 편의점 도시락을 즐겨찾는 이유다. 강원도 속초가 고향인 박모(27) 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설부터 귀향을 포기했다. 이번에도 역시 텅빈 학교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아침과 점심은 학교 후문에 있는 편의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는 “기업의 하반기 채용 기간과 추석이 겹쳐서 마음 편히 집에 내려갈 수 없었다”며 “나처럼 명절에도 학교에 남는 친구들이 꽤 여럿 된다”고 했다.

GS25는 추석을 앞두고 모둠전과 명절 도시락을 출시했다. 회사는 오미산적, 고기완자, 동태전, 녹두전, 김치전 등 7가지 종류로 구성됐다고 홍보했다. 편의점에서 명절 모둠전까지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는 “편의점에서 파는 전하고 맥주를 좀 사서 나처럼 서울에 남은 친구들과 (명절) 분위기를 마지막 연휴날에 좀 낼 생각”이라며 웃었다.

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