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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맥’에 질린 젊은이들, 주류시장 판도 깨 부수다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30대 직장인 A 씨는 요즘 술집에 가려 할 때마다 이전에는 겪어본 적 없던 실랑이를 벌인다. 예전에는 소주, 맥주,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중에서 합의를 보면 됐는데, 요즘에는 주종(酒種)을 뭘로 할지부터 결론이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행 중 누군가는 수입 맥주를 마시러 가자 하고, 다른 누군가는 새로 나온 저도 위스키를, 또 다른 누군가는 과일맛 소주를 고집하는 통에 술집을 정하는 문제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주류 매장과 술]

A 씨는 “세계맥주점에서 각자 다른 맥주를 시키듯이, 이러다가 같은 술집에 가서도 각자 다른 술을 놓고 마시게 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했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주류 시장이 변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기호가 다변화되면서 다양한 술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 시장에서는 과일맛 소주가, 맥주 시장에서는 수입 맥주가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고, 도수를 낮춘 위스키와 가격을 낮춘 수입 와인까지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실제 과일맛 소주는 올해 3월 나온 롯데의 순하리를 시작으로, 하이트의 자몽에이슬, 무학의 좋은데이 컬러시리즈 등이 연이어 출시되며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카스, 하이트 등 국산 라거 맥주가 지배했던 맥주 시장도 다르지 않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했고, 대부분 마트와 편의점에서 점유율 40%를 돌파한 상태다. 새로운 맥주에 대한 기대를 적절히 수용한 롯데의 클라우드도 기존의 양강 구도를 깨뜨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경험을 해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런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40도라는 정체성을 버려가면서까지 ‘저도주’ 트렌드를 수용해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위스키의 변화도 시장을 흔드는 원인이다. 국내 첫 저도주 위스키인 골든블루는 올해 상반기에만 출고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7.4% 늘며, 수년째 역신장을 기록해온 위스키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젊은층의 새로운 술에 대한 욕구는 전통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 중구 본점에 전통주 전문매장인 ‘우리 술방’을 개점한 이후 30대의 구매비중이 35.3%로 가장 컸던 반면, 50대 이상은 26.5%에 지나지 않았다. 통상 전통주는 50대 이상의 구매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빗나간 것이다.

신세계 측은 전통주 용기ㆍ라벨ㆍ포장박스를 젊은 층이 선호하는 쪽으로 디자인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8월 한국전통주진흥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통주의 변신을 위해 노력해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3~4년전 일었던 막걸리 열풍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던 건 막걸리 업체들이 옛 이미지와 용기, 라벨 등 디자인을 개선하지 못해 젊은 층에 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점에 착안해 전통주 마케팅을 해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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