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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32. 아이엠낫 ‘Whoami’ㆍ메써드 ‘Abstract’ 外
[HOOC=정진영 기자] ▶ 아이엠낫(iamnot) 미니앨범 ‘후엠아이(Whoami)’= 10년 전 단 한 장의 앨범만 발표하고 사라진 밴드 브레멘(Bremen)을 기억하시나요? 악대는 사라졌지만 그 일원들은 어느새 한국 대중음악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중추로 자리를 잡았죠.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로 명성을 쌓은 양시온, 걸출한 세션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알린데 이어 밴드 메이트로 큰 인기를 모은 임헌일, 기타리스트 홍갑 등이 브레멘에서 음악계로 첫발을 내디뎠죠.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기고 다시 만난 옛 친구들이 하나의 화두로 뭉쳤습니다. 바로 블루스였죠. 브레멘의 멤버로 함께 했던 임헌일, 양시온, 김준호는 아이엠낫(iamnot)이란 이름으로 다시 뭉쳐 올 초부터 ‘더 브랜드 뉴 블루스(The Brand New Blues)’를 시작으로 ‘두 잇(Do It)’, ‘헤이헤이(HeiyHeiy)’ 주목할만한 싱글들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아이엠낫은 화려한 멤버들의 면면뿐만 아니라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로 연주한 블루스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기존에 싱글로 발표된 3곡을 비롯해 ‘사이코(Psycho)’, ‘컷(Cut)’, ‘엠프티(Empty)’ 등 총 6곡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엠낫의 멤버들은 저마다 그동안 펼쳐온 음악 세계를 블루스라는 거대한 멍석 위에 쏟아내며 개성적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심지어 아이엠낫은 ‘사이코’에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의 요소를 절묘하게 엮는가 하면, ‘컷’에는 강렬하면서도 무거운 힙합의 트랩(Trap) 비트까지 차용하는 등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독특한 시도로 귀를 잡아끕니다. 이 모든 것을 단 세 명으로 만들어 낸 아이엠낫은 CD에만 수록된 히든 트랙 ‘엠프티’에선 60년대 초기 스테레오 시대처럼 왼쪽과 오른쪽 채널을 완전히 분리해 기타와 노래를 들려주며 이 앨범의 뿌리는 블루스라는 사실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재치라고 보기에는 의미심장한 부분입니다.

얼마 전 아이엠낫은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습니다. 앨범도 앨범이지만 아이엠낫의 매력은 라이브에 있습니다. 뛰어난 연주력은 물론 확실하게 관객을 장악하는 무대 매너에 여성의 눈길을 끄는 의상까지. 비록 무대는 소극장이었지만 열기만큼은 여느 아이돌 공연 이상이었죠. 밴드 음악이 외면당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이엠낫처럼 무대를 연출하는 실력 있는 밴드가 많아지면 밴드 붐이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판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이 앨범은 올 한해 가장 중요한 앨범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요.


▶ 메써드(Method) 정규 4집 ‘앱스트랙트(Abstract)’
= 2015년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 헤비니스 신에서 좋은 앨범이 많이 나오고 있는 해입니다. 마치 다들 짜고 2015년을 기다린 것처럼 말이죠. 메써드는 지난 2006년 데뷔 후 10년 동안 격렬한 가운데에서도 정교함과 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사운드를 선보이며 한국 헤비니스 신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 부문에 연속으로 후보로 올랐던 2집 ‘스피리추얼 리인포스먼트(Spiritual Reinforcement)’와 3집 ‘더 콘스턴트(The Constant)’는 한국 스래시 메탈의 영역을 확장하고 메써드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준 중요한 결과물이죠.

이번 앨범 역시 전작 이상, 아니 메써드의 최고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훌륭한 음악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전작과 비교해 조금 더 속도를 내는 스트레이트한 연주와 선명해진 멜로디, 높아진 클린 보컬의 비중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변화입니다. 이 광폭하기 짝이 없는 앨범이 어이없게도 클래식 연주처럼 아름답게 들리는 이유는 강렬함과 서정의 절묘한 조화 때문입니다. 메써드 특유의 공격적이면서도 변칙적인 리프와 화려한 기타 솔로 역시 여전합니다. ‘로스트 레볼루션(Lost Revolution)’, ‘일리머네이션 댄스(Elimination Dance)’, ‘케미컬 패러다이스(Chemical Paradise)’, ‘바이얼런스 데스 게임(Violence Death Game)’과 같은 곡은 그런 특징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이죠.

또렷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도 주목할 만합니다. 서로 격렬한 소리를 쏟아내는 연주와 보컬이 뒤섞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뭉개짐도 없고 귀를 찌르지도 않습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밴드 크래쉬(Crash)의 리더 안흥찬은 날카로우면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크래쉬의 DNA를 메써드와 결합하며 변화와 진보를 이끌었습니다. 마치 유럽 왕가의 문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멋스러운 아트워크도 매력적입니다. 이제 메써드의 남은 숙제는 단독 콘서트에서 이 결과물을 어떻게 재현하느냐 이겠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나희경 정규 3집 ‘플로잉(Flowing)’= 부드럽게 흐르지만 빈틈없는 연주와 멜로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따스하게 감싸는 목소리. 음악만으로 낯선 나라 브라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 한희정 미니앨범 ‘슬로 댄스(Slow Dance)’= 전작 ‘날마다 타인’의 낯선 사운드로 좋았지만, 한희정의 서늘한 목소리는 어쿠스틱 사운드 속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리고 한희정은 단 한 번도 예쁜 척 한 적 없다. 사람들이 오해했을 뿐.

▶ 임인건ㆍ이원술 듀엣 앨범 ‘동화’= 피아노와 베이스의 낯설지만 편안하고 아름다운 이중주. 앨범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마지막 트랙이다. 이 앨범의 제목은 ‘동화(童話)’가 아니라 ‘동화(同化)’이다.

▶ 방경호 정규 1집 ‘디스 저니 오브 마인(This Journey Of Mine)’= 이국적인 공간의 맑고 푸른 하늘을 떠올리게 만드는 투명한 기타의 울림.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연주를 담은 퓨전재즈 앨범. 록 기타리스트의 극적인 변신이 돋보이는 수작.

▶ 젠틀레인(Gentle Rain) 정규 5집 ‘홈(Home)’= 대중의 눈높이를 결코 잊지 않으면서도 정교함을 잃지 않는 젠틀레인 특유의 태도가 여전하다. 왜 젠틀레인이 ‘젠틀(Gentle)’한지 잘 보여주는 편안한 앨범.

▶ 종현 소품집 ‘이야기 Op.1’= 종현은 올 초 첫 정규앨범 ‘베이스(Base)’로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넘어 확신을 보여줬다. 이번 앨범은 무겁지 않되 다채로운 음악으로 그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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