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불황따른 생활고탓…소매치기 화려한(?) 부활

‘구닥다리 범죄’였던 명절 시장 소매치기
2000년 들어 100건 이하로 뚝 떨어졌다가…다시금 늘어 2013년에는 189건
생활고에 몰린 고령 여성 전과자 다시 범죄에 나선 듯
 


추석과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인파로 북적이는 재래시장의 소매치기는 20여년 전에나 유행했던 옛날 범죄에 속한다. 당시만 해도 재래시장 이용 인구가 많았을 뿐더러 현금 사용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불황에 따른 생활고 탓인지 한물간 ‘구닥다리 범죄’로만 여겨졌던 소매치기가 최근 몇 년 새 다시 늘고 있다.

경찰은 범죄자 상당수가 고령의 여성이고 전과가 있다는 점을 미뤄, 생활고에 허덕이는 옛 소매치기범들이 다시금 ‘배운 도둑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장모(74ㆍ여)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장씨는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경동시장에서 가방을 메고 물건을 구입하고 있던 정(54ㆍ여)씨에게 접근, 열려진 가방 안에 들어있던 지갑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혼잡한 재래시장의 주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10차례에 걸쳐 248만원 상당을 훔쳤다.

이처럼 명절 대목을 노린 재래시장 소매치기는 때가 되면 발생하는 대표적인 명절 범죄로 손꼽힌다.

지난 3월 서울 마포에서는 송모(59ㆍ여)씨가 구속됐다. 송씨는 설을 앞두고 붐비던 망원시장에서 주부의 가방을 열고 현금 80만원을 훔치는 등 3차례에 걸쳐 소매치기를 한 혐의였다.

송씨는 같은 전과가 13범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추석 연휴 전부터 재래시장을 돌며 14차례 걸쳐 소매치를 한 조모(49ㆍ여)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소매치기 전과 6범인 조씨는 재래시장 상인 사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눈치’라는 별명까지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시장ㆍ노점 소매치기 범죄는 1990년 334건, 1991년 198건 등으로 20년 전만 해도 매년 200건 안팎으로 많이 발생했었다. 이후 2001년 99건, 2002년 91건 등으로 2000년대 들어 계속 줄었다.

그런데 이게 다시 2010년 100건, 2011년 203건, 2012년 157건, 2013년 189건으로 최근 3년간 매해 15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ㆍ노점 소매치기가 다시 반등한 데 대해 경찰은 고령의 전과자 여성이 생활고에 몰리다 못해 다시 ‘배운 도둑질’로 발길을 돌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대문서에 붙잡힌 70대 노파 장모씨도 경찰 조사에서 “나이도 많은데 소아마비로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먹고 살려면 다시 소매치기를 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전과 18범인 장씨는 31살 때 처음 절도를 해서 붙잡힌 뒤 최근까지 모두 28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 7살 때 가출하고 보육원에서 17살까지 살았던 장씨도 한때는 가정을 꾸리고 아들도 낳은 평범한 주부였다.

하지만 남편이 택시운전 중 사고로 숨지자 생계를 위해 영등포에서 성매매 호객꾼으로 일하다 소매치기로 나서게 됐다.

장씨뿐 아니라 재래시장 소매치기 범죄자의 특징은 생활고, 고령, 여성, 전과자라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과 첨단사기 수법이 횡행하는 마당에 하얗게 머리가 센 여성 전과자가 소매치기에 나섰다가 다시 수갑을 찬 모습을 보면 한편으론 가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며 “카드 사용 증가로 이들이 훔친 금액은 푼둔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