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홍길용의 글로벌 화식열전]미국 경제의 고민을 감춘 옐런의 궤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널리 알려진 게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다.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에는 역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법칙이다.

8월 미국의 실업률은 자연실업률 수준인 5.1%까지 떨어졌다. 필립스곡선 대로면 인플레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는 연준이 목표로 제시한 2%에 한참 못 미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이다.

자닛 옐런 연준의장은 중국 및 신흥국 탓을 했다. 철저하게 미국 경제만 두고 판단을 내리던 연준이 처음으로 바깥 사정이 좋지 않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연준의 이날 결정 이후 다수의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미국 등 선진국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신흥국 걱정이 신흥국에 독이 된 셈이다. 그리고 이에 미국 경제의 문제점은 살짝 감춰졌다.

이날 금리결정과 함께 연준은 미국의 가계자산 보고서를 공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13조 달러가 줄었던 미국의 가계자산은 지난 5년간 양적완화(QE)에 힘입어 30조 달러가 불어났다. 이쯤되면 자산가치 상승이 소비확대로 이어져 경기가 활성화되는 ‘부의 효과(Wealth affect)’가 나타날 만하다. 그런데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 상반기에 1.3%를 유지하다 7월 1.2%로 떨어졌다. 월간 소비자물가지수도 7개월만에 하락했고, 생산자물가지수는 넉 달만에 상승을 멈췄다.

같은 날 미국 통계국은 지난해 가계의 평균(중간값)소득을 5만3657달러로 집계했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5년전은 물론 가장 높았던 1999년(5만7843달러)에도 못 미친다.

최근 전미시장협의회는 금융위기 이후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연봉이 평균 4만7170달러로 금융위기로 사라진 일자리의 평균보다 23% 적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또 자산가격 상승으로 총자산은 늘었지만 부채수준은 위기 전보다 낮다. 일부는 자산을 팔아 빚을 갚았다. 벌이가 줄어서 차입을 꺼리고 있는 셈이다.

종합하면 강해 보이는 미국 경제의 이면에 자리한 두 개의 짙은 그림자가 드러난다.

우선 왜곡된 부의 분배다. 부자들의 자산만 늘어났을 뿐 일반 가정은 부의 증가를 누리지 못했다. 금리를 올리면 소비여력이 더 훼손돼 경기에 치명적이다.

다음은 자산버블이다. 인구증가와 인플레를 감안안 미국 가계 총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4.8배다. 1950년~1990년 후반까지 이 수치는 3~4배였다. 4배를 넘어선 때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2004~2007년 주택버블 기간, 그리고 양적완화가 이뤄진 지난 5년간 뿐이다. 금리를 올려 자산시장의 유동성이 이탈하면 엄청난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투자손실을 꺼린 월가와 함께 세계적 석학들도 금리인상에 반대한 배경들이다.

화폐환상(Money illusion)이란 말이 있다. 명목임금 상승률만큼 물가도 올랐는데 이를 마치 실질임금이 오른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이다. 같은 논리로 ‘부의 환상(Wealth illusion)’도 성립된다. 자산가격이 높아졌다고 경제가 좋아진 듯 착각하는 현상이다.

신흥국 탓한 미국도 따지고 보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제 중국 등 신흥국의 어려운 사정은 거의 알려졌다. 미국을 냉정하게 분석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