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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한석희] 조급증 걸린 금융개혁은 절대 악(惡)이다
“수수료도 내리지 못하면서 무슨 금융개혁을 한다고 하냐” 얼마전 한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모 국회의원에게서 호된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금융개혁을 한다고 설레발만 쳤지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수수료 하나 내리지 못하냐는 게 요지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전하는 정부 당국자의 전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신네들은 금융개혁을 한다고 요란법석을 떠는데 지금까지 보여준게 뭐가 있냐”

어느새 ‘창조금융’을 밀어내고 상석에 떡 하니 가부좌를 틀고 앉은 ‘금융개혁’이 요즘 가시방석이다. 오죽하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전례도 없는 월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나서겠나. 그래서 인지 금융당국의 모든 시계는 ‘개혁’에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종합감사 철폐에 이어 이번엔 그림자 규제 철폐까지 들고 나왔다. 듣기에 따라선 좋은 말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개혁을 곧이 곧대로 듣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들 색안경을 쓰고 바라본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일들이 하도 수상한(?) 것 들이 많다. 

얼마전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즉석에서 연봉을 반납하기로 의기투합하고, 잇따라 다른 CEO와 임원들도 마지못해 연봉 반납 행렬에 동참했다. ‘연봉 반납’의 목표점은 물론 청년 고용이다. 자신들의 연봉을 반납해서라도 ‘8포세대’라는 오명아래 고통을 받고 있는 청년들을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얼마전 금융권 지인과의 저녁 술자리에서 ‘금융개혁’이 술안주로 오른 적이 있다. 으례 주고 받는 인사치례로 “좋은 일 많이 하시네요”라는 말에 금융권 지인은 “오죽하면 그러겠어”라는 씁쓸한 말로 받아낸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다. 하지만 그의 말에는 금융을 들러리로 내세우려 하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금융은 노동이나 교육처럼 개혁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결과가 나오는게 아니다. 곧바로 사람들이 열광하고 눈에 보이게 하면 그건 개혁이 아니고 오히려 규제다. 수수료를 내리는게 금융개혁의 본질처럼 여겨지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일조하는게 금융개혁이 할 일 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미 개혁은 물 건너간거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금융개혁은 보이지 않는 손이어야 한다. 장맛도 세월이 묻어나야 하는 것 처럼 시스템 개혁은 오랜 시간이 걸려 제대로 정착해야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는다. 그래야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같은 것도 없다. 시스템 개혁이 톱니바퀴 처럼 제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금융제도의 구멍은 2008년에 전 세계가 경험했듯이 재앙이 될 수 있다.

“5대 개혁(서비스업, 노동시장, 수요에 맞는 인력공급을 위한 교육 개혁, 공공개혁, 금융개혁)이 되지 않으면 경제가 병목(bottleneck)을 돌파해 중장기 성장하기 어렵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말처럼 금융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려면 조급증 걸린 금융개혁이 되서는 안된다.물론 금융개혁이 사람들의 피부에 와닿을 때 쯤 되면 정부가 바뀐 뒤겠지만, 금융개혁 만큼은 조급증은 절대 악이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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