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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년펀드, ‘미소금융’ 짝 나지않도록 운영 체계화해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희망펀드’가 21일부터 개시됐다. 정부는 시중 5개 은행을 통해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부를 받아 공익신탁 형태의 청년희망펀드를 설립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KEB하나은행을 통해 일시금 2천만원과 매월 월급의 20%인 340만원 기부하기로 약정하면서 1호 가입자가 됐다. 앞서 황교안 총리도 일시금 1천만원과 매달 월급의 10%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청년희망펀드에 각계각층의 동참을 호소하면서 자승 총무원장과 이영훈 한기총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등 기부 의사를 밝힌 대표적 인사들의 이름을 직접 호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황 총리가 청년펀드 조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의 참여는 사실상 의무화됐다고 봐야한다. 그 다음에는 대기업집단 총수, 나아가 고액연봉 CEO들도 이 행렬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연봉의 10~30% 자진 반납해 청년 고용에 쓰겠다고 한 3대금융 지주사 회장, 계열사 사장, 전무급 이상 임원은 기존 반납분의 절반을 펀드에 내기로 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도 동참의사를 밝혔다. 정부는 ‘자발적 참여’라 하지만 이쯤되면 ‘안 내면 못 배긴다’는 정서가 민간 부문에 확산될 게 뻔하다.

박 대통령이 ‘관제 펀드’, ‘준조세’ 라는 비아냥이 나올 것을 무릅쓰고 청년펀드를 제안한 충정은 이해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17년만에 이뤄진 노사정 대타협의 불씨를 살려 청년 고용절벽 해소와 경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보겠다는 진정성도 의심할 바 없다.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와 같은 역할을 청년펀드가 해준다면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새 장을 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 만들어진 미소금융도 소상공인과 빈곤층의 자활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해법으로 출범했지만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다. 역대 정부가 청년 일자리 사업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청년 고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청년펀드를 청년 일자리 해결의 묘수로 여기는 국민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청년펀드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청년 고용절벽 문제를 경제주체 모두가 양보와 희생으로 넘어서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상시적으로 일깨울 수 있어서다. 펀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향후 고민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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