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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 2008년 추석 vs 2015년 추석
2008년 추석은 악몽의 서막이었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9월 16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대공황에도, 두 번의 세계대전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150년이 넘은 미국 네 번째 글로벌 투자은행이 문을 닫은 것이다. 추석을 끝낸 한국증시는 공포에 빠졌다. 코스피는 무려 90포인트나 폭락하는 ‘검은 화요일’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은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염됐다. 위기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금융위기의 그늘은 곳곳에 남아있다. 2011년 추석도 그리스 디폴트 위기로 추석연휴 직후 코스피가 60포인트나 빠졌다.

증권가에선 9월을 늘 긴장어린 시선으로 지켜본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나, 9ㆍ11테러, 유럽 재정위기 등이 모두 9월에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월별 주가등락률을 보면 9월이 가장 낮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다. 9월 위기가 잦은 것은 여름휴가 뒤, 거래가 많지 않아 작은 수급변동에 허약한 ‘얇은 시장(thin market)’ 이 되기 때문이란 의견도 있다.

추석은 대부분 9월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10년동안 추석은 2006년과 2009년을 빼곤 모두 9월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은 9월이고, ‘9월 위기설’이 파다했다.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제위기가 맞물리면서 증폭됐던 9월 위기설은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잦아들고 있다. 9월이 며칠 남았지만, 리먼 브라더스 패닉과 같은 변수가 없는 한 9월 위기설은 설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도 9월 위기설이 논란이 됐지만, 정부측 관계자는 ‘단연코’란 얘기를 앞세우며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 위기는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금리동결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경기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한국증시도 기록적인 매도세를 이어가던 외국인들이 반짝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이내 다시 매도공세를 펼치고 있다.

몇 년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추석과 경기지표를 비교한 자료를 다시 보면 흥미롭다. 추석연휴가 있었던 3분기 성장률이 좋았던 해와 나빴던 해, 추석 연휴기간 인구이동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추석연휴기간 인구이동규모는 2007년이 4624만명, 2008년이 2472만명, 2009년이 2566만명, 2010년이 4949만명이다. 성장률이 4%를 넘었던 2007년과 2010년엔 추석명절을 보내기 위해 움직인 사람이 4000만명을 넘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8년과 2009년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해외투자기관들은 올해 3분기 한국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데 콘센서스를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한창이었던 2009년 3분기(1.0%)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종 경제지표도 신통치 않다. 과거대로 라면 연휴라고 해도 많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을 듯 하다. 9월 위기설이 사라지고, 즐거운 추석연휴지만 마음이 무겁다. 위태했던 과거 추석연휴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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