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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김다은] 당신 안의 ‘영웅’
TV나 영화 속에서 우리는 곧잘 아이돌(idole)을 보게 된다. 소위 스타나 우상이다. 그들의 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삶의 양태가 우리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때로 우리를 자책하게 만들기도 한다. 스스로 보잘 것 없다거나 너무 평범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이돌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직장에 항상 묶여있으면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긴장하거나 심지어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경제적인 생활고에 시달리고 가족 간의 갈등 혹은 질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고, 절망감이 삶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수년 전에 필자는 노트 한 권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 작가들끼리 노트나 만년필 등 필기구를 주고받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인데, 유독 이 노트의 적합한 용도를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SBS의 ‘땡큐’라는 프로그램에서 탤런트 차인표 씨가 ‘땡큐노트’를 언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날 혹은 평소에 고마웠던 일을 땡큐노트에 적어 가족이 공유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필자는 선물 받은 노트의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어 넣었다.

“소설가 해이수 씨로부터 한 권의 노트를 받았다. 일기장으로 쓰기에는 얇고 메모장으로 쓰기에는 규격이 좀 크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혹은 어떤 상황에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이 노트에 적어볼 생각이다. 가족의 공유 노트가 아니라 ‘나 혼자만의 땡큐노트’라고나 할까. 우선, 빨간색 표지의 감각적인 노트를 선물해 준 해이수 씨 땡큐!”

삼사 년이 지났고, 며칠 전에 레드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웠다. 특이한 것은 땡큐노트를 쓰는 사이에 일어난 내면의 변화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감사할 일에만 지면을 할애했다. 한데 어느 날 기분이 영 시원찮은 상태에서 노트를 슬슬 넘기자니 분노가 쉬이 가라앉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상황에서 감사할 일을 더 많이 찾아 적는 노트가 되었다. 땡큐노트를 수년 간 쓰면서 필자에게 일어난 변화는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의 노래 속의 ‘영웅’을 만난 것과 유사했다. 슬픔이나 불안감을 몰아내는 내 안의 ‘영웅’과 조우했던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의 ‘Hero‘ 의 노래의 첫 부분은 이렇게 시작된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그곳에 영웅이 있다/당신이 어떤 존재이건 두려워하지 말라/당신의 영혼 깊은 곳에 다가가면 해답이 있다. 당신의 슬픔이 녹아 사라질 테니’(There’s a hero/ if you look inside your heart/You don‘t have to be afraid/of what you are/There’s an answer/if you reach into your soul/And the sorrow that you know will melt away).

살다보면, 둥둥 떠다니는 얼음 위에 캠프를 치듯 위태로운 순간이 생긴다. 특히 돈, 명예, 직장 등 바깥의 우상들에 휘둘리게 되면 스스로 작아져 그것들의 지배를 받기 쉽다. 그럴 때 외부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해가면서 생동감을 유지시켜줄 우리 안의 영웅이 필요하다. 그래서 혹여 삶이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라면 땡큐노트 한 권을 자신에게 선물로 줘보자. 경험상으로 아주 예쁜 노트가 효과가 더 있다. 당신 안의 영웅이 외부의 우상들보다 강해질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추석이 영어로 ‘Thanksgiving Da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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