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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취업난 3題①] 박사 백수시대…10명중 3명이 논다
매년 1만명 배출…정규직은 64%…연봉 5000만원 이하 절반 웃돌아


#.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A(39)씨. 한국에서 강사 자리라도 알아보려 했지만 석사 때 지도교수님도 은퇴해 마땅치 않고, 일반 기업이나 연구원에 취직하려니 이 역시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A씨는 “이럴거면 차라리 유학보단 전문직 시험을 준비할 걸 그랬다”며 “주변엔 독일에서 박사 따가지고 와서 다시 세무사 공부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과 학력 인플레가 겹치면서 박사도 백수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때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불리던 박사가 요즘은 수가 크게 늘어 희소가치가 과거에 비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년 1만명이 넘는 박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비해 고학력 인력 수요는 그에 따라가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전처럼 박사만 되면 원하는 일자리를 골라가던 시대는 지나갔고, 오히려 좋은 직장을 위해 선택한 박사의 길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2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대학에서 신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수를 대상으로 벌인 ‘2014 박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959명 중 미취업자(21.3%)와 비경제활동자(3.2%) 등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 10명 중 3명 가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비경제활동 분류 박사 중 구직 계획이 없는 이유를 묻자 유학준비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25.9%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론 ▷육아·가사(21.2%) ▷취업준비(12.4%) ▷창업준비(6.2%) ▷연로·심신장애(4.4%) 순으로 나타났다.

일을 하고 있는 박사 중에서도 정규직 비중은 64%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비정규직인데 그중에서도 파트타임의 비율이 3분의 1 이상이었다.

재직 중인 직장은 대학이 35.9%로 가장 많았고 민간기업이 20.3%, 민간연구소·공기업이 5%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현재 직장에서 받는 연봉을 조사한 결과 48.3%가 50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4000만원대(11.3%)와 3000만원대(13.6%)도 적지 않았다.

2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12.6%나 됐고 2000만원도 못 받는 사람은 이보다 높은 14.2%를 기록했다.

서울대에서 박사를 받아도 취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서울대 ‘2014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3년 8월과 지난해 2월에 졸업한 1228명의 박사 중 작년 6월 현재 취업자 수는 717명에 그쳤다. 나머지 중 336명은 취업하지 못했거나 취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 중에서도 고학력 인구의 비중이 늘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대졸 이상 실업자 수는 전년대비 6.7%(2만5000명) 증가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박사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 수에 비해 고급인력이 과잉 공급되고 있다”며 “대학이 신규 박사 인력을 줄임과 동시에 국가도 핵심 고급인재를 선별적으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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