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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장용동] 과욕이 빚은 궤적, 주택시장 10년 주기설
해외건설 중동 붐이 강하게 불던 지난 80년 중반. 피보다 더 소중했던 월급 적금 통장을 노린 이른바 ‘ 제비족 ’과 ‘ 복부인 ’이 횡행한 것도 그때다. 춤바람과 내집 마련의 유혹에 빠져 어렵게 모은 월급통장을 한꺼번에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한 해에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5번이 나왔지만 주택시장은 좀 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하지만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주택시장은 순풍을 타기 시작했고 이후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뛰어 올랐다. 급기야 자살 사태까지 빚어지자 정부는 서둘러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을 내놨고 분당 등 수도권 5개 신도시는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다. 이후 집값은 침잠상태에 빠져든다.

주택경기가 재차 선순환의 바람을 탄 것은 10년 정도가 지난 90년대 중반이다. 엔저 등 이른바 3저 효과를 타고 경제가 호황 국면으로 올라서자 주택 수요가 늘면서 가격은 급상승세를 탔다. YS의 신도시 기피증이 대량 공급을 가로막아 주택시장은 재차 요동을 쳤다. 바로 그 순간, 난데 없이 불어닥친게 97년말 외환위기다. 사상초유의 금융 위기로 주택시장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집값은 대략 30%정도 급락하는 등 거품이 붕괴되고 전세금과 은행 대출을 무기삼아 투자에 나섰던 복부인들이 대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에 이어 분당, 용인 수지 등으로 연쇄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고금리 은행 빚에 역전세로 보증금 차액을 내줘야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떵떵 거리던 집주인에서 졸지에 처량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로 부터 재차 10년이 지난 2005년부터 주택시장은 최고 30%까지 뛰어 오르는 폭등기를 맞는다. 매매가와 분양가가 시이소오게임을 벌이면서 집값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노무현 정부는 ‘ 버블세븐 ’지역까지 선포하며 ‘ 강제진압’ 에 나서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고봉에 오른 부동산 경기가 주춤대던 찰라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 시장은 산산조각이 났다. 하우스 푸어가 속출하는 등 과잉 투자의 뒷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MB정부는 조각난 부동산 시장의 회생을 위해 무려 15번에 걸쳐 크고 작은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주택시장은 꿈쩍도 하지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골자로한 부동산 3법 국회 통과후 시장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간 거래 건수가 100만건을 넘어서는 최고의 기록을 보이면서 시장이 뜨거워진 것이다. 유례없는 저금리에 전월세 수요 급증으로 주택시장은 또 한번 버블의 끝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자기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른바 ‘ 무피(無 fee) 투자’ 가 성행하고 전세를 끼고 다수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 전세 깡패’ 라는 은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모두가 임대사업 꿈어 빠져들면서 분양시장 역시 대호황이다.

대략 10년 단위로 붐(boom)과 버스트(burst)를 반복해온 부동산 경기는 이제 또 한번 막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저성장 등 수요 감소 환경에도 물불을 안가린 과잉 공급은 이같은 주기를 더욱 앞당길 수 밖에 없다. 후유증 역시 더욱 커질 것이다. 정부나 투자자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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