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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나도 그녀처럼” … 女心 훔친 여성부호들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섹션 천예선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걸크러시(Girl’s Crush)’. 여자가 여자에게 반하거나 동경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특히 10~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쓴다.

‘여자의 적(敵)은 여자’라는 옛 말이 무색하게 요즘의 젊은 여성들은 같은 여자를 동경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부호들에게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찾는 일반 여성들이 많이 늘었다. 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와중에, 권위적이고 남성적인 조직문화에 좌절하지 않고 성공을 이뤄내는 이들의 모습에 반하는 것이다.

남성들과 경쟁해 성공한 여성들의 모습은 같은 여성들에게 당연히 쾌감을 준다. ‘롤모델’이 된 여성 리더들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여권(女權) 문제를 공식석상에서 거론하면서 여성들의 대변인이 돼주기도 한다.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자신 안에 존재하는 욕망을 간접적으로 실현하는 심리도 작용한다”고 걸크러시 현상을 진단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포브스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억만장자(1673명) 가운데 여성은 178명에 불과하다. 여성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하지만 때로는 완벽주의자로, 때로는 노력으로, 혹은 여성특유의 아름다움과 우아함, 패션센스 등을 무기로 전세계 여성들에게 동경의 되상이 되는 인물이 적지 않다.

편견깨는 ‘선구자’들에 크러시! = “여성들이여, 야망을 가지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을 떨쳐라.”

세계 최대 소셜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COO) 셰릴 샌드버그가 한 말이다. 그녀는 업무를 단호하게 이끌어가는 여성들이 “기가 세다ㆍ드세다”는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샌드버그는 2013년 방한 중 연세대 강연에서도 이같은 정체성을 뽑냈다. “나댄다”는 한국어 표현을 콕 찝어 거론하며 “자신감 넘치는 소녀에게 이런 말을 쓰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녀는 기업에서 일하면서 ‘가정을 포기할 것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면서 “일하는 여자에게 주어지는 수많은 편견을 고쳐나가자”고 역설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도 걸크러시 대상이다. 최근 쌍둥이를 낳고도 2주만에 출근해 수많은 미국 엄마들로부터 ‘공공의 적’이되기도 했지만, 남성들이 넘쳐나는 실리콘 벨리에서 여성성을 유지하면서도 회사를 성장시키는 그녀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미혼여성들이 많다. 그녀에겐 ‘슈퍼모델 외모에 컴퓨터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엄친딸’의 대표격으로 여성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메이어는 2012년 구글 부사장에서 야후 CEO로 변신했다. 당시 메이어는 첫째 아들 임신 28주차였다. 첫 아이 출산 후에도 2주만에 일터로 돌아와 화제가 됐다.

메이어는 벤처 정신을 잃어버린 ‘야후병’을 고치겠다며 재택근무를 전면폐지하고, 스스로 출산휴가를 단축한데 이어 일하면서 아기를 키우기 위해 사무실 옆에 탁아시설을 건설하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메이어의 일에 대한 열정과 완벽주의는 흔들리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new beginnings)은 언제나 불편합니다. 그런데 그 길을 열어두는 것이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더군요.”

천재보다 더 매력적 ‘노력파’에 크러시! = 걸크러시는 천재보다 노력파에게 쏠린다. 자수성가형 여성 억만장자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mes)와 장신(Zhang Xin)이 대표격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바이오벤처 업계의 신화다. 피 한방울로 질병을 진단하는 혈액검사업체 테라노스의 창업자이자 CEO다.

홈즈는 스탠퍼드대 시절 화학공학 담당 교수인 채닝 로버트슨을 찾아가 동업을 제안했다. 당시 19세였다. 홈즈는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학비를 종잣돈 삼아 테라노스를 설립한 뒤 연구개발과 투자에 올인했다. 10년 간의 노력 끝에 피 한방울로 최소 30가지이상의 질환을 알아낼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 테라노스가 보유한 미국 특허만 18개이고 역외 특허는 66개에 달한다. 현재 테라노스 직원은 500여명, 기업가치는 90억달러 이상이다.

서구에 홈즈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장신 소호차이나(SOHO china) 창업주이자 CEO가 있다. 장신은 14살에 홍콩공장에서 일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5년 간 모은 돈 500여만원을 가지고 영국으로 건너가 서식스대와 캠브리지대를 거쳐 월가에 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미국에서 장신의 앞날에는 안락한 금융인의 삶이 보장됐지만 중국의 변화 물결에 동참하겠다며 또 한번의 도전을 감행한다. 중국으로 돌아간 장신은 지금의 소호차이나 회장인 남편 판스이를 만나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면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다.

장신은 ‘베이징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베이징 스카이라인을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장신은 베이징에 단순한 상업적 이윤추구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융합한 랜드마크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는 “건축가의 혁신과 진정성 존중해주며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건축 세계를 여성으로서 잘 걸어가고 있다”고 그녀를 평가했다.

아름답기까지한 팔방미녀에 크러시! = 성공한 여성들이 아름답기까지 하다면, 그것은 걸크러시의 집중 표적이 된다.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Torry Burch)의 창업주이자 디자이너 토리 버치와 기능성 속옷 브랜드 스팽스(Spanx)의 창업주이자 CEO 사라 블레이클리가 그들이다.


이 두 여성 기업가에게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금발에 늘씬한 미녀이고,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자’는 사업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미디어 거물’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의 도움을 받아 유명세를 탔다는 것이다. 또 여성을 위한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점도 닮은꼴이다.

버치는 “여성들에게 비교적 낮은 값에 명품 브랜드와 같은 효과를 주는 옷을 만들겠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버치가 더욱 특별한 것은 이혼한 전 남편 크리스토퍼 버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전남편의 아이들까지 총 6명의 아이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라는 것이다. 또 자신의 이름을 딴 버치 재단을 통해 여성 창업가들에게 소액 담보 대출을 제공한다.

한편 블레이클리는 여성들의 몸매를 잡아줘 옷맵시를 살려주는 속옷을 만든다. 그녀가 여성의 숨겨진 자신감을 찾아주는 것은 몸매 뿐이 아니다. 사재를 털어 ‘사라 블레이클리 재단’을 만들고 ‘레그 업 프로그램 (Leg up Program)’을 통해 여성교육과 여성 사업가 및 예비 창업가를 지원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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