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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누가 누가 더 깊이…” 런던 최고 동네 슈퍼리치들의 땅파기 경쟁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홍승완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영국 런던은 세계에서도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시 중에 하나다. 텔레그래프(Telegraph)지가 보도한 ‘땅값이 가장 비싼 도시 톱10’에서 런던은 세계 3위의 땅값을 자랑했다. 100만달러, 우리돈 12억원 정도로 살수 있는 땅이 겨우 21평방미터 정도의 땅을 살 수 있다.

그런 런던에서도 유독 집값이 높은 곳이 있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비가 사는 켄싱턴 궁 정원 뒤로 나있는 길을 쭉 따라 걷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빌리어네어 로우 (Billionaire‘s Row)’다. 이곳에 위치한 건물들의 평균 집값은 4200만파운드. 우리나라 약 763억에 달한다. 100~200억원 손에쥔 정도의 부자들은 방한칸 구하기 어려운 동네다. 

런던에서 가장 비싼 켄싱턴 지역의 ‘Billionaire’s Row’

실제로 이동네 거주민들의 면면은 입이 쩍 벌어진다. 대부분 각 나라의 외교관, 왕족, 억만장자들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슈퍼리치 왕족인 브루나이 술탄 하사날 볼키아 (Hassanal Bolkiahㆍ자산 200억달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들이 이곳에 거주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압둘 아지즈 빈 파드 (Abdul Aziz bin Fahd)는 2013년 이곳에 살던 집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그 가격이 무려 1억파운드, 우리돈 1000억원이 넘었다. 우리에게는 영국 프로축구 첼시의 구단주로 유명한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ㆍ80억달러), 인도의 철강왕 락슈미 미탈(Lakshmi Mittalㆍ110억달러), 레오나르드 블라밧닉(Leonard Blavatnikㆍ175억달러), 조나단 헌트 (Jonathan Huntㆍ14억달러) 등도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 쟁쟁한 슈퍼리치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경쟁이 붙었다. 바로 ‘지하세계 건설’ 경쟁이다. 기존에 사들인 집 부지 지하에 수영장, 체육관, 침실, 영화관, 차고 등 오락시설을 위주로 들여놓는 것이다. 지하층 전문 건축가 데이비드 울프 (David Wolf)는 지하를 짓는 경우 수백만 파운드가 소요된다고 언급한다. 왜 켄싱턴 지역에 사는 슈퍼리치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려 할까. 

런던의 집값이 매우 비싼 이유는 좁은 부지 탓에 주택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주택 면적 확장에 관해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규제가 슈퍼리치들의 허영심마저 제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슈퍼리치들은 법을 피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인도의 ‘철강왕’ 아르셀로미탈 CEO인 락슈미 미탈은 지하실에 타지마할(Taj Mahal)을 재현해 놓았다. 대리석으로 도배한 이 곳에는 터키식 목욕탕과 수영장이 자리한다. 미탈은 자신의 집에 타지마할과 자기 이름을 붙인 ‘타지미탈(Taj Mittal)’이라 지었 다.

레오나르드 블라밧닉은 영국 투자계의 거물이다. 그는 3층짜리 전(前) 러시아 대사관 건물을 사들여 지하실을 개조하였다. 이곳엔 수영장, 체육관, 개인영화관과 슈퍼카를 모실 차고 등의 시설이 갖춰져있다.

슈퍼리치들이 건설한 지하층 설계도면
지하층 실제 모습

지하세계 건설 유행은 나이츠브릿지, 벨그라비아, 풀햄, 노팅힐, 첼시 등 다른 부유 지역에까지 돌았다. 켄싱턴과 첼시 구역에서 2001년 지하층 건설을 신청해온 가구수는 46군데 정도였지만, 작년엔 450건으로 약 10배가 늘었다. 그러나 공사할 때 난무하는 소음은 이웃주민의 반발로 이어진다. 켄싱턴에 사는 이웃들도 만만치 않은 사람들이다. 15년간 이 구역을 담당한 부동산 에이전트 제프 윌포드 (Geoff Wilford)는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4000만-4200만 파운드의 집값을 담보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언급했다.

영국 부동산 회사 폭스톤즈 그룹 창립자 조나단 헌트의 원대한 지하세계 건설 프로젝트는 이웃주민과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는 22m정도 높이의 지하실을 개조하여 수영장과 체육관 등의 편의시설은 물론 자신이 모은 빈티지 페라리를 전시할 자동차 박물관까지 짓고자 했다. 켄싱턴 첼시 자치기관의 허가를 받아낸 헌트는 바로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공사에서 나는 소음은 이웃의 불만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헌트의 이웃주민은 인도의 고등 판무관과 프랑스 대사, 이들은 시끄러운 공사 소음에 항의를 했지만, 헌트의 공사가 합법적이었던 탓에 제재를 가하지는 못했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고위 임직원 크리스토프 스탠저(Christoph Stanger) 또한 자신의 아이들이 놀 방을 위해 지하를 개조하기 시작했는데, 이웃집의 집에 직접적인 피해가 가기 시작했다. 소음은 차치하고, 이웃집을 망가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스탠저의 이웃은 은퇴한 익명의 슈퍼리치인데, 이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이 구역에 사는 다른 숙녀분의 집도 내 집도 정문이 열어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며 항의를 했다. 

또 다른 한 익명의 켄싱턴 지역 주민은 ‘결국 저들이 지하에 짓는 건 조그만 영화관, 와인 창고 정도이다. 정말 터무니없는 짓 때문에 우리는 여러모로 고통받고있다’고 호소했다. 세계적인 4대 뮤지컬 캣츠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의 형제이자 첼로이스트인 줄리드 로이드 웨버(Julian Lloyd Webber)도 이곳 주민으로서 지하공사에 반대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국 올해 초 켄싱턴 첼시 지역구의 관할청이 이 지역의 부지 지하 및 층고 증개축을 제한하도록 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 슈퍼리치들은 법적 제제를 피하여, 옆의 건물까지 사들여 연결하는 리모델링으로 자신의 집을 증축시키기 시작했다. 집 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런던의 집값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이웃주민들의 조용한 일상생활은 일부 슈퍼리치들의 허영심으로 물거품이 될 예정이다.

y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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