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신동빈式 국감증언…상념→해맑음→경청→솔직발언
-축구 한일전 때 한국 응원하냐고 하자 “열심히 응원하고 있죠”
-“왕자의 난 재발 가능성 없다…롯데호텔 기업공개 신격호 회장에 승인 받아”
-신격호 회장의 ‘너, 나가’ 발언 …“아버지가 자식에게 ‘너, 나가’라는 건 이상한 일 아니다” 활짝 웃어



[헤럴드경제=홍성원ㆍ장필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7일 의외로 밝은 표정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신 회장은 여야 의원 가리지 않고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현황, 전대근적 경영행태 등에 관해 까칠한 질문 공세를 이어 갔지만, 대체적으로 해맑은 얼굴로 답변을 해 이목을 끌었다. 10대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감에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사전에 적지 않은 국감 대비 리허설을 한 걸로 풀이된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국감 시작 직전까지만 해도 자리에 앉아 양팔을 낀 채 상념에 젖은 표정이었지만, 막상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되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국회에 도착했을 때엔 빠른 걸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들을 스쳐 지나갔던 것과 대조됐다

신 회장의 ‘국감에 대처하는 자세’는 ‘상념→해맑음→경청→솔직 발언’으로 요약된다. 특히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신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축구경기를 하면 한국을 응원하냐”고 묻자, “열심히 응원하고 있죠, 미안합니다”라며 활짝 웃기도 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신동빈 회장은 첫번째 질의자로 나선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 “‘왕자의 난’이 끝났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생길 소지는 없나”라고 하자 “그런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반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지적엔 “왜 롯데호텔을 상장해야 하냐는 부분에서 회장(신격호)에게 승인 받았다”고 했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신동빈 회장은 또 ‘너, 나가’라는 말로 이른바 ‘손가락 경영’을 해왔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전근대적 경영방식을 지적한 데 대해선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자식에게 ‘너, 나가’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만면에 미소를 보였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분의 정점에 있지만 베일에 가려 있는 광윤사 지분 구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지분 현황이 띄워져 있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어진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며 또 한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태환 의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창업 당시 어려움을 거론, “두 형제는 경영권 싸움 때문에 온 국민이 실망했다”며 “이런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롯데그룹 직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에 신동빈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가족간 일로 우리 국민한테, 의원들께도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짜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했다.

신 회장은 한국 국적이 맞느냐는 물음에 “네, 맞습니다”라고 했고, ‘국적을 계속 갖고 갈 것이냐”고 하자 “네, 맞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신동빈 회장은 김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 순서에선 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추진 상황과 관련, “10월까지 (순환출자 80%)를 해소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롯데제과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였다. 나머지 부분에서도 검토하고 있고, 그런 식으로 보고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자신의 아들 3명이 그룹의 경영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아버지로서 (그룹 경영에)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한 번도 얘기한 적 없다”고 했다.

신 회장은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이 인천 계양구에 있는 계양산에 롯데가 골프장을 건설하는 걸 지적한 데 대해 “저는 골프도 작년에 그만뒀고…. 제가 갖고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총괄회장이 갖고 있으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없겠지만 골프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신 의원이 ‘아버지를 설득한다는 것이냐”고 하자, “(아버지를 설득할)자신이 없습니다만,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선 인천시와 협의해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우리말 발음에 녹아있는 일본식 억양이 적지 않은 비난의 소재였음을 염두에 둔 듯 최대한 또렷한 발음을 구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만, 현장에서 국감 질의ㆍ답변의 모든 내용을 기록해야 하는 속기사는 통상적인 국감 때와 달리 온 신경을 신 회장의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