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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대비되는 韓美 차 노조 “미국은 강성 DNA 버리고, 한국은 파국 치닫고”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미국 노조는 강성 DNA를 버리고 ‘노사 문제의 해결사’로 변신을 꾀하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체의 노사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노사정은 노동개혁의 단초가 되는 ‘9ㆍ13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리면서 노사정이 뭉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자동차 업계에서 노사정 대타협은 남의 일이다.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금 협상 난항을 이유로 파업을 결의한 데 이어 전체 조합원 3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16일 통과시켰다. 기아차 노조가 실제 파업에 들어갈 경우 4년 연속 파업을 벌이는 셈이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지난 9일 파업 찬반투표를 69.75%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현대차 사측은 기본급 7만9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영업직은 별도 논의) 인상, 성과금 300%+2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최근 울산 현대차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의 쟁의행위대책위원회 출범식.[사진출처=현대차노조 사이트]

회사는 또 주간연속 2교대제 근무시간 단축과 관련해 현재 1ㆍ2조의 8시간+9시간 근무를 8+8시간으로 바꾸기 위해 생산량 보전 차원에서 근무자의 배치 전환과, 통상임금 분야에서는 상여금 570%를 기초급으로 전환하는 안을 냈다. 노조는 “졸속안이다. 추가 안을 내라”고 촉구했다. 기아차 노사와 현대차 노사가 각각 8차례, 26차례에 걸쳐 교섭을 실시한 결과는 ‘파업 전야’다.

이런 가운데 미국자동차노동조합(UAW)이 첫번째 상대인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협상을 19시간 만에 전격 타결했다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크라이슬러 측은 ‘임금의 단계적 인상과 이중 임금 철폐’를, 노조는 ‘복지 부담을 줄여달라’는 사측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자동차 업계는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한지 오래다. 일본의 도요타는 고용이 보장된다면 희생을 감수할 수 있고, 독일의 폭스바겐은 고용 유지와 확대를 위해 근로시간과 임금의 유연성 도입에 동의하는 빅딜을 수용했다.

UAW는 2011년 자동차 산업이 회복세에 접어드는 과정에서도 임금 인상 등을 자제하는가 하면 프랑스 르노는 2013년 임금동결과 노동시간 연장 등에 합의했다. 위기 앞에서 노조의 책임의식이 발휘된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를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앞선 위기 때 한국이 심하게 요동쳤다. 지금은 이런 위기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셈이 돼 버렸다. 여기에다 저성장은 소리없이 무섭게 파고들었고, 대비하지 못한 고령화는 재앙이 되고 있다.

경제 5단체는 “노동계가 기득권 근로자의 권리를 내려놓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공멸할 것인가, 위기를 함께 극복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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