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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폴리에스테르의 교훈…국회는 잊었다
[헤럴드경제=김윤희ㆍ김기훈 기자]합성섬유의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는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성장을 이끌었던 석유화학 주력제품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중국이 폴리에스테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자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를 이기지 못한 한국합섬, 동국합섬 등이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가 시작되자 효성은 저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줄이고, 스판덱스<사진>와 폴리케톤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효성은 올 상반기에만 47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회사들도 있었다. 효성과 새한이 대표적이다. 효성은 고부가가치 섬유인 스판덱스, 폴리케톤 등을 개발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일본 도레이와 손을 잡고 도레이첨단소재로 이름을 바꾼 새한(제일합섬)은 수처리사업, 저융점섬유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뛰어들었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살아남은 회사들이다.

올 들어 석유화학과 조선, 철강 등 일부 산업에서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재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어 ‘바꾸지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커져가고 있다.

석유화학을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 자율구조조정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진도는 더디기만 하다. 소액주주 권리가 강화되고, 각종 규제가 양산되면서 인수합병, 구조조정의 걸림돌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그중 원샷법은 ‘잃어버린 20년’을 먼저 겪은 일본의 ‘산업활력법’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각종 법적절차를 단축하고, 규제를 풀며 세제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쌓여가는 부채에 기업들은 속이 타들어가는데, 국회는 태연하기만 하다. 지난 7월과 5월 각각 발의된 원샷법과 기촉법은 상임위에 계류된 채 제대로된 논의선상에도 오르지 못한 상태다. 법 제정이 늦어지는 만큼, 사업재편을 위한 전열 재정비의 시간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야당은 적합한 M&A에 지원하는 세제 특례가 자칫 ‘대기업 퍼주기’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리한 기업구조조정에 따라 고용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의 강석훈 경제상황점검 TF단장은 “원샷법과 기촉법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모두 대상이 된다. 오로지 대기업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자율 구조조정에 실패해 부실기업이 늘어나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정은 원샷법과 기촉법을 이번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생존기로에 선 한계기업들의 숫자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데 사업재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사업환경을 만들어줘야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때를 놓친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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