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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화의 세상속으로]‘창업투자와 M&A 활성화’는 벤처생태계의 완성
전 세계적으로 창업열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다. 기업경쟁이 효율적 운영에서 점진적 혁신을 거쳐 와해적 혁신으로 변모한 결과, 기업가정신에 의한 경쟁이 시대정신이 됐다. 기업가정신이 가장 크고 아름답게 꽃 피우는 게 창업이다. 기업가정신이 단독으로 발현되면 창업벤처가 되고 기업 내에서 발현되면 사내벤처가 된다. 시스코(Cisco)의 존 체임버스 회장이 선언한 대로 “이제는 모든 기업이 스타트업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시대다.

창업이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것은 부동의 명제다. 그 결과 전세계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창업 활성화는 1)창업기회의 발굴과 역량 확보라는 개별적 요소와 2)창업자금의 조달이라는 공통요소로 구성된다. 이를 위해 모든 국가들은 1)기업가정신 교육의무화와 2)창업투자라는 혁신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창업에 투자하는 엔젤캐피털은 천사가 결코 아니다. 투자수익이 실현될 수 있어야 엔젤은 증가한다. 7년 안에 회수할 수 있는 회수시장의 활성화가 투자확산 정책의 핵심이다. 코스닥이 보수화되면서 상장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7년에서 14년으로 늘어난 결과가 엔젤투자자들이 격감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000년 연간 5000억원대에 달했던 엔젤 투자금액은 300억원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이제 500억원대로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을 비교해 보자. 한국이 2000년 이스라엘이 부러워하는 벤처환경을 갖췄음은 당시 이스라엘에 보좌관으로 있던 이원재 요즈마펀드 한국지사장의 증언으로 입증된다. 이스라엘에 없던 코스닥과 기술거래소라는 상장과 M&A의 양대 회수시장을 구축했고, 벤처기업특별법에 의한 실험실 창업 등의 정책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연간 2조원의 벤처투자와 5000억원의 엔젤투자 그리고 5000개에 달하는 벤처창업 등 1차 벤처붐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었다. 이후 한국에서 코스닥은 코스피에 합병돼 상장은 극도로 위축됐고 기술거래소는 산업기술진흥원에 합병된 후 역할이 상실됐다.

위축된 투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는 공급을 확대했다. 그 결과 모태펀드는 몸집이 세계 최대인 2조원 규모로 늘고, 전체 벤처투자의 60% 이상을 공공이 담당하는 기형적 국가가 됐다.

회수시장인 코스닥과 M&A시장의 활성화 보다는 당장의 공급 확대를 위한 모태펀드, 엔젤매칭펀드, 중소벤처M&A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미래창조펀드, 정책금융공사 등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투자정책을 확립한 결과는 위축된 민간투자로 돌아왔다.

이스라엘은 요즈마펀드라는 정책펀드를 지렛대로 창업투자를 활성화했다. 우리의 다산벤처가 모태펀드로 확대될 때 이스라엘은 반대로 요즈마펀드를 민간에 이양했다. 정부 지원의 우선 매입권 등 민간의 수익회수를 극대화시키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민간 투자시장을 활성화한 결과 이스라엘의 벤처투자에서 공공이 차지하는 부분은 세계 최저 수준인 9%로 축소되고 민간투자는 크게 활성화됐다.

벤처생태계는 공공투자의 확대라는 공급정책보다는 회수시장의 확대라는 수요정책에 의해 좌우된다. 2000년 대한민국이 수립했던 세계 최고 수준의 회수시장을 신속히 회복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창조경제연구회의 보고서와 포럼 이후 최종 회수시장인 코스닥은 코스피에서 분리한다는 원칙이 수립됐다. 정부의 신속한 실행만이 남았다. 그러나 엔젤캐피털의 중간 회수시장인 M&A를 담당했던 기술거래소는 아직도 소식이 없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일보한 모습으로 민간과 공공이 결합하는 M&A시장이 본격화되기 바랄 뿐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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