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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蟲·hell조선…‘嫌惡’수위 도넘었다
민폐끼치는 엄마·지옥같은 한국등 온라인 무차별 범람
우리사회 양극화등 구조적 문제 심화 방증



‘맘충 극혐’, ‘헬조선 김치년’, ‘급식충 개노답’, …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등에서 범람하는 혐오의 언어다.

‘맘’(mom)에 벌레 ‘충’(蟲)자를 붙인 ‘맘충’은 공공 장소에서 ‘민폐’를 끼치는 엄마를 지칭하는 신조어로 ‘극혐’(극도로 혐오)이란 말이 주로 따라 붙는다.

지옥(hell) 같은 한국이라는 ‘헬조선’이란 말에 여성 혐오 단어인 ‘김치년’이 합성되기도 하고, 학교에 다니며 급식을 먹는 초중고생들은 ‘급식충’으로 싸잡혀 ‘노답’(답이 없음)으로 비하되기에 이르렀다.

‘극혐’이나 ‘헬조선’, 특정 대상을 비하할 때 붙이는 ‘~충’까지 혐오를 나타내는 말의 사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언뜻 보면 인터넷 상에서 탄생한 저급 신조어 문화이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혐오’의 정서가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상식에 어긋난 민폐를 끼치는 일부 집단을 지칭하던 ‘~충’은 어느샌가 적용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넓어져 특정 계층이나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나오면 ‘자전거충’, 대학 수시 전형 입학생들은 ‘수시충’, 토익 공부에 매달리면 ‘토익충’이 됐다. 심지어 멀쩡한 아르바이트생은 ‘알바충’이 되고 지방에 살면 ‘지방충’이 된다. 웬만한 곳에 ‘~충’을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비하 표현이 완성되는 것이다.

말끝마다 ‘미개하다’며 무시하고 ‘벌레’로 낮춰 특정 집단이나 단체를 혐오하는 배경엔 ‘헬조선’, ‘지옥불반도’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모순과 문제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생각이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이기적 시민문화’가 ‘~충’이라는 말이 범람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타자에 대한 공격인 혐오의 감정이 자신에 대한 부정인 모멸의 감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업신여김 당한다는 모멸감과 수치심은 자기 삶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타자에 대한 혐오와 공격이라는 심리적 반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상대 집단을 혐오하는 역사는 짧지 않다. ‘좌빨’(좌파+빨갱이), ‘우꼴’(우파+꼴통) 등 정치 성향에 따른 편가르기 언어부터 지역 감정이 다분한 차별적 용어 사용도 흔하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와 맞지 않거나 불편한 집단에 대해서는 우선 낙인을 찍고 보는데, 태평성대일땐 문제 없다가 자기가 처한 상황에 불만이 생길 때 그것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노동 시장 양극화, 소득 불평등 등 여러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일부 계층이나 집단에 ‘진상’인 사례가 있다고 해서 자꾸 일반화시켜 극단적 혐오를 하다보면 우리가 원래 존중해야할 것들에 대해 직무유기를 할 우려가 크다”며 “인성을 키우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회 분위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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