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 지난 9월 12일, 경기도 용인의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대한주짓수협회(회장 장순호ㆍ이하 대주협)의 ‘제9회 대한주짓수협회 주짓수챔피언쉽’ 대회가 열렸다.
대주협은 주짓수가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주짓수계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된 단체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주짓수=브라질리언주짓수”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브라질리언주짓수(BJJ)이외의 주짓수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스포트어코드, 아시안게임 등을 비롯한 국제멀티스포츠대회에서 주짓수라는 종목을 대표하는 국제단체가 BJJ를 표방하는 IBJJF(국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 같은 단체가 아니라 유럽인들이 중심이 된 ‘국제주짓수연맹(JJIF)’인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JJIF의 ‘유러피언주짓수’가 국내 주짓수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JJIF의 국내 인정 단체가 바로 대한주짓수협회. 따라서 대주협이 실시한 이번 대회는 과연 유러피언주짓수의 경기가 어떤지, 특히 유러피언주짓수의 네와자가 브라질리언주짓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대회였다.
기자가 용인실내체육관에 도착한 것은 대회 당일 오전 11시 무렵. 막 개회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개회식 전에는 듀오와 네와자 경기가 진행됐다고 했다. 듀오는 합기도나 태권도에서 보여지는 시범을 경기화해서 겨루는 부문이다. 네와자(Ne-Waza)는 유도에서 쓰는 말로 JJIF의 네와자 경기 규칙은 브라질리언주짓수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네와자 경기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가 기자는 궁금했던 것이다.
개회식을 마치고, 점심시간까지 지난 후 오후 1시에 경기가 다시 시작됐다. 이번 대회에 BJJ 측에서 참가한 것은 대한브라질리언주짓수연맹의 이승재 대표를 수장으로 하는 MARC계열의 선수들과 강성실 관장의 액션리액션 계열의 제주, 광주 지부 도장 일부다. (액션리액션 강성실 관장은 이번 대회를 내부적으로 보이코트했으며, 이 대회와 같은 날 사단법인으로 등록한 또 다른 ‘대한주짓수협회’의 이사회를 개최했다. 장순호 회장, 이승재 대표와 함께 했던 강성실 관장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에 이들과 결별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별도의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 축하손님으로 참석한 MARC의 이승재 대표는 이번 대회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MARC 계열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약 40여 명. 정통 브라질리언주짓수를 수련해온 사람들이다.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심판진에 BJJ인들의 참여는 없었다는 것. 경험없는 심판들이 경기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이런 기자의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1시에 대회가 속개 되자 마자, 한 코트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한 선수가 가드에서 상대 선수에게 트라이앵글을 잡았다. 1초, 2초, 3초…. 위 상대에게서 별다른 저항의 움직임이 없었다. 심판은 경기를 중지시켜야 했다. 그러나 2~3초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다. 결국 상대방은 기절을 했다. 심판은 기절한 선수의 다리를 들어준다거나 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고 선수를 살펴보기만 했다. 한 동안 움직임이 없었던 선수는 10여 초 이상 매트에 누워있다가 다행히 정신을 차렸다.
이러한 상황은 BJJ 대회에서도 흔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선수간에 서브미션 그립이 잡혔을 경우, 심판은 선수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자세를 낮춰서 해당 선수에 대해서 더욱 주의를 기울여서 항복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매트 심판의 경우에는 부족한 경험과 미숙한 대응이 너무나 도드라져 보였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일들은 종종 발생을 했다. 이러한 일들은 BJJ대회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이므로 부상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대회 운영의 문제로 지적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문제는 경기장에 전문 의료진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짓수와 같은 무술은 잠깐의 방심에도 큰 부상이 이어질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대회장에는 항상 의료진이 상주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의료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순호 회장은 기자에게 마침 대회장 인근에서 다른 행사가 있어서 의료진을 구할 수 없다는 변명을 했지만, 그런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의료진을 구할 수 없으면, 대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후에도 종종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심판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부상당한 선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부상당한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몸을 추스린 후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이러한 대회 운영 수준으로 대한체육회 가입을 바란다는 것은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판들의 미숙함은 경기 자체의 진행에서도 나타났다. 한마디로 말해, 심판들이 네와자 룰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의심스러웠다.
국제주짓수연맹(JJIF)이 규정하고 있는 네와자 경기 규칙을 보면, 테이크다운 2점, 니온벨리 2점, 프론트마운트 4점, 백마운트 4점, 가드패스 3점, 스윕 2점이다. 브라질리언주짓수와 동일하다. 반칙 기술에서도 JJIF의 네와자와 BJJ는 국제 규정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변형된 국내룰을 적용해서 보다 엄격하게 반칙 기술에 대한 규제를 했다는 것이 대주협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어떤 반칙 기술이 적용되었는지에 대해서 기자가 설명을 구했지만, 만족할 만한 설명을 해주는 관계자를 만날 수는 없었다.
이런 관계로 경기 중간 중간에 반칙 기술이다, 아니다 등의 작은 설전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JJIF의 경기 규칙과 BJJ의 경기 규칙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JJIF가 정식 자체 대회에서 네와자 부문을 신설한 것은 2010년이다. JJIF가 네와자 부문을 신설한 이유가 BJJ의 영향을 받아서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JJIF에서는 네와자에 대한 표기를 BJJ라고 병기하기도 했었다. 즉 네와자 경기가 곧 BJJ 경기다.
이렇듯 네와자가 BJJ와 같은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주협의 용인대회 네와자 심판들은 네와자, 즉 BJJ에 대한 경험과 지식, 실력 등 모든 부문에서 함량미달이었다.
스윕, 마운트 등의 포지션 전환이 일어나도 점수가 안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점수가 제대로 계산되지 않거나 심판마다 다르게 점수가 계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로 일반부 무제한급 결승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이 경기의 결승은 BJJ를 다년간 수련하고 현재 각각 수원과 서울에서 BJJ사범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원일 선수와 송형근 선수의 대결이었다.
네와자의 경기 시간은 6분. 6분의 경기 동안 스윕 등의 점수가 분명히 발생한 것으로 보였지만, 점수는 아무에게도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0대 0. 네와자 규정상 무승부인 경우에는 2분 연장전을 한다. 그러나 연장전에서도 0대 0. 연장전은 총 2번까지 이어졌고, 그 동안 점수라고 보이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점수는 아무에게도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두 선수는 10분간 경기를 벌였지만, 여전히 점수는 나지 않았고, 결국 0대 0에서 최원일 선수의 우세승으로 끝났다.
전체적으로 이번 대회 심판진의 역량 미숙은 심각한 문제였다. 비어있는 매트가 있다거나 대회장이 어수선하고 느슨하다거나 하는 문제는 경험 미숙으로 치부해버리면 될 부분이지만, 경기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판들이 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네와자, 즉 BJJ를 모르는 사람들이 네와자 심판을 봐서는 안된다는 자명하고 간단한 문제다.
또 한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번 대주협의 경기장을 보면서 칭찬하고 싶었던 점은 국제규격의 유도매트를 비록 2개의 코트이지만 준비했다는 점이었다. 일반 맞춤식 매트가 아니라 ‘다다미식’ 매트를 준비한 노력만큼은 인정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좋은 매트 위에, 심판 또는 운영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구두를 신고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이 대회 운영진에 대해 큰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저 사람들은 저 매트 위에서 도복을 입고 굴러본 사람들이 아니구나.”
태권도와 같은 타격계 무술들도 매트 위에는 실외화를 신고 올라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하물며, 주짓수와 같이 매트 위를 몸으로 쓸고 다녀야 하는 무술을 하는 입장에서 매트는 곧 안방이며 침대와 같은 것이다. 깨끗해야 하고, 신성하게까지 생각해야 하는 곳이 바로 매트다.
그러나 그 매트위에 대주협의 일부 임원들은 화장실을 다녀오는 구두를 신고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녔다. 그런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은 경기장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여기서의 가이사는 로마제국의 줄리어스 시저를 말한다. 성경의 심오한 뜻은 모르겠지만,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려주라”는 평이한 뜻으로 해석한다면, 대한주짓수협회에게도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네와자, 즉 BJJ는 BJJ인들의 것이다. 대주협을 주로 구성하고 있는 합기도인들은 파이팅과 듀오 부문에만 집중을 하고, BJJ와 큰 차이가 없는 네와자는 정통 BJJ인들이 와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문을 열고 영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순호 회장은 말한다. “우리는 항상 문을 열고 있다. 저쪽에서 서로 대표성을 주장하고 막무가내로 회장직을 내놓으라고 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 BJJ인들이 대주협과 장순호 회장에게 통째로 JJIF의 지부로서의 권리를 내놓으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대주협이 그 동안 JJIF의 한국 대표로서 활동하고, 장순호 회장이 나름대로 협회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통째로 회장 자리를 포함한 협회 운영의 헤게모니를 뺏어오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BJJ인들은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러한 BJJ인들이 있다고 해서, 네와자 경기를 기존의 합기도인들이 중심이 된 대주협의 현 인원만을 가지고 운영하겠다는 생각도 잘못된 생각이다.
장순호 회장은 BJJ인들만을 탓하지 말고 현재 합류하고 있는 일부 BJJ인들을 포함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BJJ인들이 대주협의 네와자 부문에 참가하고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대주협을 구성하고 있는 합기도인들 중에도 네와자에 관심이 있으면 네와자, 즉 BJJ를 적극적으로 배우면 된다. 현재 BJJ를 이끌어 가고 있는 인물들 중에는 합기도인 출신이 가장 많다. 배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BJJ를 진정으로 배우지 않으면서 네와자 심판을 보겠다고 나서는 합기도인들은 없어야 한다.
협회 운영은 기존의 장순호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임원들이 맡아서 하되, 네와자와 관련된 경기 부문의 운영 및 권한은 정통 BJJ인들에게 모두 맡겨야 한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네와자 경기를 운영하고, 우수한 선수를 선발하는 시스템을 갖췄을 때, 대주협이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단으로 참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안게임도, 대한체육회 가입도 어려울 것이다.
대한주짓수협회는 전체를 위해 부분을 버린다는 말을 잘 기억하기 바란다. 다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