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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호텔
#영화 ‘암살’에는 호텔 두 곳이 나온다. 시작 부분에서 데라우치 총독 암살미수 사건(1911년)이 벌어진 경성 손탁호텔과 중간쯤에 안옥윤(전지현)과 하와이피스톨(하정우)이 만나는 상하이 미라보호텔이다.

손탁호텔의 손탁(Sontag, A. 孫澤, 1854∼1925)은 사람 이름이다. 러시아 공사 베베르의 처형이었다. 1902년 고종이 지금의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자리(중구 정동)에 서양식 벽돌건물로 호텔을 짓고, 손탁에게 운영을 맡겼다. ‘암살’에서처럼 일본인들과 친일파 인사들이 애용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하우스로 유명했다.

막상 커피향기는 안옥윤과 하와이피스톨이 만나는 미라보호텔에서 더 진하게 풍겼다. 커피를 통해 안옥윤이 생각을 드러내고, 두 사람의 연이 맺어진다. 미라보호텔은 상하이의 외국인행정자치구인 프랑스 조계지 안에 있었다. 역시 고위층이 드나들던 사교의 장이었다.

손탁호텔 [자료=한국학중앙연구원]

#‘호텔’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교와는 거리가 있다. 뜻밖에 ‘병원’과 뿌리가 같다. 원래는 ‘호스피탈레(Hospitale)’라는 라틴어에서 나왔다. ‘순례 또는 참배자를 위한 숙소’라는 뜻이다. 이게 ‘여행자숙소’와 ‘간호시설’ 두 가지를 뜻하는 ‘호스피탈(Hospital)’로 진화했다. 여행자숙소 ‘호스피탈’은 호스텔(Hostel)을 거쳐 호텔(Hotel)로 됐고, 간호시설 ‘호스피탈’은 그대로 남아 병원이 됐다. 얼마 전 메르스 사태 때 삼성 계열의 병원과 호텔이 동시에 홍역을 치른 게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은 1888년 인천에 세워진 대불호텔이다. 한국에서 130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가진 ‘호텔’이 지금 핫한 이슈메이커다. 기업들이 너도 나도 하겠다고 해 난리다. ‘경복궁 옆 호텔’ 건립 시도로 시끄럽고, ‘대한제국 영빈관 터 호텔’ 건설도 논란에 휩싸였다. 호텔기업들의 면세점 싸움은 치열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비즈니스호텔 경쟁도 뜨겁다.

돈에 대한 기업의 후각은 정확하다. 이제 호텔은 돈의 전쟁터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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