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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대표기업 실적 삐걱...글로벌 경기침체에 노사분규까지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에 노사 분규까지 겹치면서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올해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예년만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고,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대기업 노조가 파업을 불사하며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어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30대 그룹의 수익성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0년에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 길을 걸어 4년 새 반 토막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자산 순위 30대 대기업 그룹(공기업 제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57조5600억원으로 2008년의 60조1700억원보다 4.3% 적었다. 정점인 2010년 88조2500억원과 비교하면 30조6900억원(34.8%) 감소한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3%로 2008년의 6.7%보다 2.4%포인트 낮았다. 영업이익률은 2010년 7.9%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전월대비 14.2% 증가한 9만6154대를 판매를 기록했지만 이전까지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3월 16만1553대에 이어 4월 14만6195대, 5월 12만9027대, 6월 9만7650대, 7월 8만4168대로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사별로는 큰 차이를 보였다. 현대차는 8월에 전월 5만4160대보다 29.5% 증가한 7만146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반면 8월에 전월보다 13% 감소한 2만6008대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전년대비 현대기아차의 판매는 아직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 8월의 전년동월대비 판매 감소율은 26.6%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의 토종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품질 향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전월(-32.8%) 대비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어 이달부터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마다 중국시장에 특화된 신차 4~5개를 투입해 중국 전략 차종을 다양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대폭 높인 소형 SUV와 소형 세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생산 판매 라인업을 재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 등 전세계시장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와 S6엣지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4월 초 현지 시장 출시 이후 4개월 만이다.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S6 시리즈 모델 가격은 800위안(약 15만원) 내려갔다. 갤럭시S6 32GB(기가바이트) 모델은 4488위안(약 84만원), 갤럭시S 6엣지 32GB 모델은 5288위안(약 99만원)으로 조정됐다.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번 가격인하는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샤오미가 18%, 화웨이가 16%의 점유율로 1,2위를 달렸다.

대기업들의 경영애로가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사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이유로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했다. 파업 투표 가결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올해 파업하면 4년 연속이다. 노조는 지난달 27일 22차교섭에서 회사가 임단협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교섭은 중단됐다.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기본급 대비 7.84%) 인상,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완전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공장 신·증설 검토, 해외공장 생산량 노사 합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정년 65세까지 연장 등도 요구안에 있다.

수조원의 적자로 생사 기로에 놓인 조선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미 3차례 부분파업을 벌인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사업부별로 순환파업에 들어갔다. 투쟁 효율을 높이고자 올해 처음 시도하는 소규모 부분파업 형태다.

오는 17일에는 조선노조 모임인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9개 노조가 2차공동파업에 참여, 7시간 부분파업한다. 공동파업은 조선업종 노조연대와 현대기아차그룹사 노조 연대회의 소속 조선·자동차 노조가 모인 가운데 진행된다.

조선·자동차 노조의 공동투쟁은 1990년대 초 현대그룹사 노조들이 모여 만든 현대그룹총연맹(현총련) 시절 현대중과 현대차 노조가 연대한 이래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파업 한 달을 넘긴 금호타이어의 노사 교섭이 지난 13일에도 사실상 결렬된 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자체 매출손실은 1200억원, 파업에 따른 무노동무임금 근로자 임금손실도 1인당 평균 350만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평균 연봉은 9277만원, 현대중공업 7486만원, 두산 7225만원, 대우조선해양 7371만원으로 일반 기업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임금 협상이 타결되면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수출마저 꺾이고 있어 우려가 깊다”며 “제조업의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노사합의가 빨리 이뤄져 노동 시장이 유연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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