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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이냐 vs 통화정책이냐…국가부채 부담으로 경기대응 재정역할 감소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수출 감소와 내수 위축 등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기대응을 위한 방안으로 재정정책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인지, 아니면 금리조절을 통한 통화정책이 중심이 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문제로 크게 늘리기가 어렵고, 통화정책의 경우도 113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인상과의 충돌 문제가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으나 국가부채 부담으로 재정 확대에 대한 경계론이 점차 높아지는 양상이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운용여력이 다소 남아 있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나 정책 여력 측면에서 통화부문이 그나마 낫다는 분석이다.

재정정책의 경우 당장의 경기를 진작하거나 긴급한 부양 필요성이 있는 부문에 대한 지원의 효과가 크지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부담이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30조원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엔 추가경정(추경) 예산에 따른 적자를 포함해 46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져 올해 600조원에 육박하고 내년엔 50조원 늘어나 6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엔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는 내년 예산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쳐 내년도 예산 증가율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3%에 머물렀다. 2010년의 경우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2010년 세입증가율이 소폭이나마 마이너스로 예상되던 상태에서 예산증가율이 2.9%에 머물렀다. 금융위기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내년 예산증가율은 역대 최저라 할 수 있다.

이것조차도 올해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늘어나는 예산이 거의 없는 셈이다. 특히 복지 등 필요부문을 제외하면 경기진작을 위한 예산은 더욱 협소해진다. 기획재정부는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오는 2019년까지 예산증가율을 2%대 중반으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재정투입으로 인한 경기진작 효과는 갈수록 감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통화정책은 직접적인 경기진작 효과는 재정정책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경제 전반에 유동성 공급을 늘림으로써 경기에 활력을 가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연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 금리인상과의 충돌이다.

가계부채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금리인하로 눈덩이처럼 늘어나 이미 11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현재의 1.5%에서 추가로 낮출 경우 실질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져 가계부채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는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며, 향후 부채조정(디레버리징)이 나타날 경우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향후 2~3년 동안 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초저금리를 지속할 경우 자금이탈에 따른 금융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문제다. 때문에 통화정책도 자유롭게 구사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해외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1.5%인 반면, 미국은 사실상 제로금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있어 아직은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신흥국들로부터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은 차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HSBC와 BNP파리바는 최근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4분기 중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인하로 나타나는 가계부채 문제 등에 대해선 대출기준 강화 등 미시적인 정책으로 관리하면서 금리를 통한 경기조절에 나서는 것이 국가부채를 늘리는 확장재정보다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국가부채의 경우 본격적인 저성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가 쉽지 않아 정부는 물론 국가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이든 통화든 모두 부작용이 있지만, 아직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통화정책이 그나마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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