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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포시영ㆍ고덕3단지 이주 늦춰라”…서울시 첫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
전세난 잡으려 이주시기 늦추자 분주해진 세입자들
이주 2~4개월 늦어진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 불만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인터넷에 (심의 결과) 기사가 뜨자마자 전셋집 문의 전화가 걸려오네요. 비어있는 개포시영 집에 단 3개월이라도 세들어 살 수 있냐는 문의까지 있었어요. 작은 전쟁이 시작된 셈이죠.” (개포동 G공인 관계자)

전세난 해결을 위해 조합원 이주기간을 늦춘 서울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3단지.

10일 오후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이주시기를 결정한 서울시 주택정책심의위원회 결과가 전해진 직후 개포동 2개 단지는 ‘명과 암’이 엇갈렸다. 한숨 돌린 곳은 개포주공3단지. 울상은 개포시영이다.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개포주공3단지, 개포시영, 고덕주공3단지에 대한 이주시기를 심의한 이날 위원회에선 개포시영과 고덕3단지의 관리처분 시점을 각각 4개월, 2개월 이후로 늦추도록 결정했다.

이로써 당초 다음달부터 이주에 나설 계획이었던 개포시영은 내년 초에나, 고덕3단지는 일러야 올해 말에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이주가 가능하게 됐다. 이주시기 조정을 피한 개포3단지는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지는 대로 이주에 나설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이주시기 심의는 올해 5번째인데 실제 조정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분주해진 세입자들=각 단지 중개업소에서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세입자들이 목격됐다. 계획대로 이주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개포3단지 세입자들은 중개업소 문을 두드렸다. 주변에 남는 전셋집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매물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곳 중앙공인 대표는 “이미 이주를 마친 개포2단지와 멀리 가락시영의 이주자들이 이미 이 일대 전월세 매물을 싹쓸이한 상태”라며 “양재동 빌라나 다세대주택까지 이동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포시영에는 공실이 160가구 정도 된다. A공인 관계자는 “다급한 세입자들 가운데엔 말미가 생긴 개포시영에 단 3~4개월 만이라도 들어가 살 수 있냐고 묻기도 한다”고 했다.

명일동 C공인 대표는 “2개월 이주를 늦춘다고 강동구 전세난이 풀릴 것 같진 않다”면서도 “고덕3단지에서 빈 집을 월세로 내놓으면 한달이라도 살겠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실망한 기색=세입자들을 미리 내보내고 집을 비워두고 있었던 집주인들은 울상이다. 관리처분인가 시점이 늦춰지면, 빈 집을 그대로 두면서 관리비와 이자비용만 내야하기 때문이다. 당장 나가겠다는 세입자들을 붙잡아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개포시영 전용 50㎡을 소유했다는 조합원은 “7월에 월세로 살던 세입자가 나가고 난 뒤에 비워뒀는데 내년 초까지 (이주 시작을) 기다려야 하면 관리비와 월세를 포함해서 200만원을 버리게 되는 셈”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조합 입장에서도 사업 기간이 늘어지면 그만큼 충당해야 하는 사업비가 불어나는 것도 골칫거리다. 고덕주공3단지의 한 조합원은 “공공을 위한 목적을 위해서라지만 엄연히 재산권 행사를 침해한 것인데 최소한의 인센티브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 (조합에) 특별히 뭔가 해줄 수 있는 수단이나 근거가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결정으로 최소 내년 2월까지는 재건축 이주물량이 적정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인위적으로 이주시기를 조정하는 것 이상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건 현재로선 그나마 유효한 방법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재건축 단지가 나오게 되면 인위적 조정이 불가능해진다”며 “아예 사업 초기 단계서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이주수요 발생 시점을 관리해나가는 등 종합적인 관리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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