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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는 좁다…헐리우드 누비는 韓 영화인들
영화계의 국경이 허물어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배우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 배역을 넘어, 역할의 다양성과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루시’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최민식의 경우, 할리우드 톱 배우 스칼렛 요한슨, 모건 프리먼과 비등한 주역으로 열연했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수현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극의 전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맡아 존재감을 뽐냈다.

배우 뿐 아니라 ‘국가대표’ 감독들과 스태프들도 할리우드를 오가고 있다. 지난 2013년,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라스트 스탠드’를 선보였고, 같은 해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출사표를 던졌다. 박찬욱 감독과 찰떡호흡을 자랑해 온 정정훈 촬영감독, 최근 ‘베테랑’을 통해 걸출한 액션 감각을 선보인 정두홍 무술감독도 할리우드에서 역량을 뽐내고 있다. 이들이 참여한 작품들이 최근 잇달아 개봉하면서, 국내 영화인들의 출중한 기량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사진 설명=한국 영화계의 대표 감독들에 이어 스태프들도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특수효과 기술 분야의 경우, 할리우드 업체들에 비해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국내 업체들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 영화시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기도 보다 수월해졌다. /정정훈 촬영감독




▶정정훈 촬영감독, 그리운 故 로빈 윌리엄스를 담다=최근 개봉한 ‘블러바드’(감독 디토 몬티엘)는 고인이 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으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국내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꼽히는 정정훈 촬영감독(45)이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 1996년 ‘유리’로 데뷔한 정 촬영감독은 ‘올드보이’(2003), ‘남극일기’(2005),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부당거래’(2010), ‘신세계’(2013) 등에서 탁월한 영상미를 뽐냈다. ‘올드보이’ 최민식의 장도리 격투 신,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신 등은 그의 카메라를 통해 탄생한 명장면이다.

디토 몬티엘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스토커’ 등을 보고 영상과 카메라 움직임에 매료돼 정정훈 촬영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내왔다. ‘블러바드’에선 큰 기교 없이 오로지 인물에 집중, 이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전달하려는 화면이 돋보인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블러바드’ 개봉 당시 “인물에 집중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드라마에 누가 안 되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인물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으면 했다”고 촬영에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현재 정정훈 촬영감독은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에 합류한 상태다. 



사진=정두홍 무술감독


▶“흉내낼 수 없는 날 것의 느낌” 정두홍 무술감독=1000만 영화 ‘베테랑’의 호쾌한 액션을 책임진 정두홍 무술감독(49)은 국내에서 20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한 그야말로 ‘베테랑’이다. 그 실력은 일찌감치 할리우드에서도 인정 받았다. 그는 앞서 ‘지.아이.조2’, ‘레드: 더 레전드’ 촬영 당시 이병헌의 액션 대역과 무술 지도를 맡으며 할리우드 현장을 경험했다. 이어 10일 개봉한 ‘제 7기사단’(감독 키리야 카즈야키)을 통해 무술감독으로서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했다.

‘제 7기사단’이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기사들의 전투를 담아내는 만큼, 정두홍 무술감독은 펜싱을 기초로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을 구사했다. 배우 클라이브 오웬은 제작기 영상에서 “등장 인물들이 무술에 정통한 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 걱정했지만, 정두홍 감독 덕분에 현장이 살아 있었고 안 될 것 같은 일도 가능해졌다. 영화의 여러 장점들 중 하나가 액션”이라고 자신했다. 키리야 카즈야키 감독 역시 “처음 ‘올드보이’를 봤을 때 그의 액션에 완전히 매료됐다. 에너지가 넘쳤고 스타일과 창의성이 두드러졌고 날 것의 느낌이 강했다. 액션을 비슷하게 따라할 순 있어도 날 것의 느낌은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엔 한국의 시각효과 업체인 모팩앤알프레드도 참여했다. 모팩앤알프레드는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초월한 세계를 구현, 웅장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국내 배우 안성기, 박시연도 ‘제 7기사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태미


▶톱 배우 아닌 개성파 신예도 할리우드 行=최근 국내 배우들에겐 할리우드로 향하는 기회의 문이 보다 넓어졌다. 한국 영화시장의 구매력이 그만큼 커진 덕분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과거엔 국내 정상급 배우들이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자신만의 개성과 장기를 무기로 활동 무대를 넓히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마블의 신데렐라’ 수현은 국내에서 톱 배우로 활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지적인 외모와 출중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 안착한 대표적인 사례다.

‘태권소녀’라는 애칭으로 익숙한 배우 태미(25)는 최근 할리우드 액션영화 ‘블러드 브라더’(감독 아이삭 플로렌틴)에 캐스팅됐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태미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한 실력자. 지난 2011년 액션 영화 ‘더 킥’을 통해 배우로 전향,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해 왔다. ‘블러드 브라더’의 제작사 측은 태미의 동양적인 외모와 뛰어난 액션 실력, 능통한 영어 연기 등에 매료돼 캐스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나태주

신예 나태주(25)는 휴 잭맨 주연의 판타지 영화 ‘팬’(감독 조 라이트, 10월 개봉 예정)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여주인공 타이거 릴리(루니 마라 분)의 약혼자이자, 마을을 지키는 대장 과후 역을 맡았다. 태미와 마찬가지로 태권도에 능한 나태주는, 전국 태권도 대회 1위에 입상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액션 기대주이기도 하다.

태미와 나태주가 소속된 K 타이거즈 엔터테인먼트 측은 “성룡, 이연걸, 양자경 등의 뒤를 잇는 동양인 액션 스타의 부재가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현재도 꾸준히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캐스팅 디렉터들로부터 출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20여년 간 쌓인 노하우·네트워크가 무기”…‘제 7기사단’ 참여한 모팩앤알프레드

모팩앤알프레드(‘모팩 스튜디오’와 ‘알프레드 이미지웍스’가 합병)는 한국 컴퓨터그래픽(CG) 및 시각 특수효과(VFX) 기술을 주도해 온 업체 중 하나다. 1994년 영화 ‘귀천도’를 시작으로 약 20년 동안 150여 편에 달하는 영화의 시각효과를 담당해 왔다.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시각효과도 모팩앤알프레드의 손 끝에서 만들어졌다. ‘제 7기사단’에 앞서 장동건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워리어스 웨이’,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 시즌1’ 등으로 이미 세계 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다. 
사진='제 7기사단' 스틸컷

모팩앤알프레드의 VFX 프로듀서인 신희수 실장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자사의 강점으로 다수의 작품을 통해 쌓인 노하우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꼽았다. 신 실장은 “단순히 할리우드 파이프라인(pipeline)이 아닌, 독자적인 파이프라인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결과”라며 “이런 부분에서 할리우드 VFX 업체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도 뛰어난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술적인 면에선 특수효과 시뮬레이션(FX Simulation) 기술, 콘셉트 아트(Concept Art)에 특화돼 감성적인 비주얼 전달 능력이 뛰어난 점 등이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향후 모팩앤알프레드는 할리우드를 향한 문은 열어둔 가운데, 중국 시장에 보다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은 동문화권·동시간대라는 장점은 물론, 시장 규모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할리우드 시장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이 모팩앤알프레드 측의 설명. 현재 중국에서 제작 중인 대작들의 경우, 특수효과는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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