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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더기 된 성범죄 처벌법③] “형법으로 통일해야”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지적장애 2급의 12세 여조카를 삼촌 A(39)씨가 성추행하다가 결국 성폭행까지 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적용된 법 조항은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상 ‘친족관계’와 ‘13세미만대상’, 그리고 ‘장애인대상’ 이었다.

재판부는 형이 가장 무거운 법 조항을 적용했다.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이 적용됐다. 반면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13세미만미성년자에대한성폭행’ 이 적용됐다.

즉 현행법상 성폭행은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친족 관계에 의한 것보다 나쁜 죄질인데, 성추행은 13세 미만 여부보다 친족관계라는 사실에 더 엄하게 처벌 받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성범죄 관련 법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는데 한번 고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형법, 성폭력처벌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성폭력방지법),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법),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성매매방지법),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발찌),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화학적 거세) 등등.

현재 성범죄 관련한 법들이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는 중구난방으로 법을 만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무슨 이유로 가중처벌을 하고, 저런 경우에는 또 다른 이유로 가중처벌을 주장했다.

법은 계속 만들어졌고 그 과정에서 성범죄 처벌의 균형을 잃었다.

근간이 됐던 체계가 흔들렸다. 이제 판사, 검사, 변호사들도 법 적용에 헷갈려졌다.

국민들은 법 적용에 헷갈려 전문가들을 보면서 신뢰를 잃었다. 이제라도 형법 개정을 통해 성범죄 관련 법안을 하나로 모을 필요성이 대두됐다.

먼저 성범죄처벌에 있어 불균형이 지적된다. 성폭력처벌법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에 따르면 강간과 유사강간, 강제추행과 준강간, 준강제추행 모두 똑같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형법은 물론 같은 성폭력처벌법의 제4조부터 제7조까지는 모두 강간과 강제추행을 구분해서 처벌에 차등을 둔 것과 비교했을 때 균형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성범죄자의 징역형과 각종 처분에 있어 흩어져 있는 법률들도 논란이 된다.

한 예로 성범죄자에게 신상 정보를 ‘등록’ 하게 하는 법은 ‘성폭력처벌법’에 따른다. 반면에 신상 정보를 ‘고지’ 또는 ‘공개’ 하도록 하는 법은 ‘아청법’ 에 포함되어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의 신상 정보 공개도 ‘아청법’을 따라야 한다.

한편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법도 따로,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따로 있다.

김광삼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이에 대해 “성범죄에 관한 법 조항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담당 판ㆍ검사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이 성폭력처벌법과 성폭력방지법을 바꿔 쓰거나, 너무 긴 법률명을 잘못 써서 공소장변경허가 신청서를 낸 경우, 강간과 강제추행, 준강제추행과 유사강간을 놓고 헷갈려 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법률이 복잡해지고 사법절차에서 흠결이 드러날 경우 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재경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가 법을 잘못 써 내거나 판사가 판결문을 잘못쓰면 누가 재판대로 징역 살고 하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형법을 중심으로 각종 성범죄 관련 법을 통일 시키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경재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열린 한국형사학대회에서 “성폭력처벌법의 장애인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이나 아청법의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조항 등을 형법에 편입시키고 성폭력처벌법의 특수강간 규정을 형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성범죄는 살인, 강도, 절도와 함께 대표적인 범죄로, 형벌의 기본법인 형법에 규율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하루 빨리 학회 차원에서 ‘성(性)형법 정비위원회’ 같은 기구를 조직해 형법학자들의 견해를 수렴하고 정부와 입법부에 구체적인 법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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