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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 ‘전원의 9월만 같아라’
메르스와 극심한 가뭄, 태풍 등의 시련을 주던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9월8일은 절기상 ‘흰 이슬’, 즉 백로(白露)다. 밤엔 기온이 내려가니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가까이 다가온 가을을 느끼게 한다.

농촌에서의 9월은 분주한 가을걷이와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달이다. 한낮에는 여전히 뜨거운 햇살 아래 들녘의 곡식은 황금빛으로 변하고, 각종 과일과 열매 또한 익어간다. 가을 산에는 송이 등 각종 버섯과 도토리, 산밤, 머루와 다래, 으름, 가래, 산 오미자 등 자연의 선물이 가득하다.

필자는 매년 9월이면 몇 차례 송이버섯 산행에 나선다. 그런데 강원도 홍천 산골로 들어온 지 6년째이지만 아직도 가을 송이를 거두는 손맛을 보지 못했다. 매번 크고 작은 산들을 누비고 다녔지만 결국은 극기 산행으로 끝나곤 했다.

옛말에 “송이가 나는 자리는 자식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욕심을 낸다고 해서 송이를 얻는 것도 아니다. 되레 욕심을 비웠을 때 산의 정기를 깊이 호흡하게 되고 송이 대신 영지라도 얻었다. 이게 자연의 선물이자 자연이 주는 교훈이다.

밭작물 중에서는 9월 하순부터 수확하는 고구마가 가을걷이의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다. 고구마는 비료, 농약을 치지 않고 두둑만 제대로 만들어주어도 잘 자라는 친환경 먹거리다. 수확 전에는 맛있는 반찬 재료도 제공한다. 덩굴에서 순을 채취해 나물이나 김치를 담가 먹으면 가족 모두 밥도둑이 된다. 이렇듯 고구마는 줄기부터 열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는 효자작물이기에 매년 거두면서 느끼는 감회 또한 특별하다.

9월은 가을걷이로 분주하지만, 한편으론 배추 무 쪽파 갓 등 김장채소 재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배추 잎사귀를 갉아먹는 벌레를 잡아주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배추가 남아나지를 않는다.

9월의 끝자락엔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27일)이 들어있다. 강원도 홍천 산골에 사는 필자 가족은 매년 명절 때면 거대도시 서울로 설레는(?) 외출에 나선다. 보고픈 부모 형제, 친지를 만나러 ‘민족 대이동’ 행렬에 기꺼이 합류한다. 이때 정성껏 키운 고구마와 고춧가루 등을 선물로 가져간다. 직접 정성들여 키운 농산물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냥 돈 주고 사는 선물과는 그 동기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전원에서 농사를 짓게 되면 비록 돈은 없어도 애써 키운 농산물이 풍성한 결실로 보답을 하니 가을철 전원의 곳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직접 먹어 배부르고, 또한 전원의 곳간을 열어 이웃에 나눔을 하니 마음의 곳간은 더욱 풍성하게 채워진다.

세계경제의 ‘9월 위기설’로 한국경제 또한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 같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제 위기 등 대외악재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한국경제에 큰 충격파를 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로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비록 어렵고 힘들어도 가을을 맞아서는 결실을 안겨 준 자연에 감사하며 이를 즐기는 한편 혹독한 겨울 이후의 새 봄(희망)을 준비했다. 더도 덜도 말고 전원의 9월만 같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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