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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과후 수업·학원…놀 권리는 어디에?
우리 청소년 하루평균 8시간 공부
OECD 국가평균보다 3시간 많아
또래끼리 어울리는 시간 부족
자율성·사회성부족등 초래
유엔 ‘놀 권리 침해’ 시정권고도



봄가을이 되면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끄럽던 주택가 놀이터가 조용해진 지 오래다. 낮은 출산율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이보다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 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놀이터 대신 우리 아이들이 향하는 곳은 방과 후 수업이나 개인교습실ㆍ학원 등이다.

유아기에 또래와 자유롭게 어울리며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은 청소년기나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지난 2011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의 놀 권리 침해’를 시정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1989년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40개 권리 가운데 한국에서는 ‘여가, 문화, 및 오락 활동에 대한 아동의 권리’만이 유일하게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 원인으로 유엔은 한국의 사교육과 대학 진학의 불평등을 지목했다.

국가인권회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만 15~24세)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7시간50분으로, OECD 평균보다 약 3시간 정도를 더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순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공부 말고 아이들이 또래와 놀면서 스스로 놀이 규칙을 만들고, 지키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 기술을 배워나갈 수 있다”며 “또 인지적 발달에도 미치는 영향이 커 유아기에 자유롭게 놀게 해 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남아있는 놀이 시간도 사교육 시장으로 포섭되고 있다. ‘놀이의 사교육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학생 박모(13) 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농구 교실에 나간다. 지역 농구팀의 주니어 농구팀에 소속돼 두 시간씩 농구를 배우거나 경기를 한다.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학교 운동장과 골대를 두고도, 아무 때나 나가 놀지 못하고 시간표에 맞춘 농구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현주 연구원은 “놀이마저도 아이들의 일상이 되지 못하고 소비되는 시대”라며 “놀이학교나 문화센터의 놀이프로그램, 유아교육기관의 방과후 특별활동도 영리화 측면에서 지적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어떻게 놀아야 될지 몰라 방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혼자놀기’에만 익숙한 아이들도 있다.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소심한 성격의 아이들은 혼자놀기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IS에 가담한 김모군(18)이나 자신이 다니던 예전 학교 빈교실에 부탄가스통을 터뜨린 이모군(15)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최현주 연구원은 “놀이가 사교육화되면서 어른들이 만들고 어른들이 이끄는 짜여진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늘어났다“라며 “아이들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이끌어내는 놀이의 본래적 의미를 되찾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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