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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아프리카ㆍ중동 부호들, 난민 사태의 ‘구세주’ 될까
-올 들어 지중해 건넌 난민 35만명…심각한 국제문제 부상
-이집트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 “지중해 섬에 난민촌 건설”
-터키 출신 그릭요거트 부호 "자산 13억달러 난민 구제에 쓸 것"
-알왈리드 사우디 왕자 난민 구호활동ㆍ시펠레 핀란드 총리는 자택 개방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민상식ㆍ김현일 기자] “내전으로 황폐해진 땅을 피해 다른 나라로 떠나온 난민을 ‘인간’답게 대해야 합니다.”

최근 심각한 국제문제로 떠오른 난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집트의 한 부호가 난민 구제 방안을 내놨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을 구입해 거대 난민촌을 만들어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집트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61)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

이집트의 유명한 억만장자인 나기브 사위리스(Naguib Sawirisㆍ61)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은 지난 3일 그리스와 이탈리아로부터 섬을 매입해 난민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은 내전과 테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악한 난민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배가 전복돼 수많은 난민이 사망해,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로 불린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 수는 35만명을 넘었다. 같은 기간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난민은 2640명에 달한다.

31억달러(한화 약 3조7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사위리스는 그리스나 이탈리아로부터 섬을 매입하는 데 1억달러(약 1200억원)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섬을 구입한 후에는 집과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는 데 난민을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사위리스가 섬을 매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AFP 등 외신들은 사위리스 회장이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를 설득해 섬을 구입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라스콤 텔레콤은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에서 이동전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세계적인 통신업체다.

난민 사태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최근 문제가 커지자, 아프리카와 중동의 억만장자들이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난민 구호에 적극적인 억만장자는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 부호들이다.

터키 출신 부호 함디 울루카야(43) 초바니 창립자

터키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그리스식 요구르트(일명 그릭요거트)’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ㆍ43)는 난민 구호를 위해 올해 초 ‘텐트’(Tent)라는 자선재단을 세웠다.

이어 텐트재단을 통해 자신의 자산 13억달러 대부분을 쿠드르족, 시리아 난민 등 난민구호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

울루카야가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자신이 터키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쿠르드족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터키 동부 작은 마을 낙농업을 하는 쿠르드족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3초에 한 명꼴로 난민이 발생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데 이들의 목숨을 구하고 인간다운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구호사업을 결정했다”고 했다.

울루카야가 나고 자란 터키의 경우 난민 사태의 중심에 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혹행위 등을 피해 고향을 떠난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이 인근 국가인 터키와 요르단, 레바논, 이라크 쿠르드 지역 임시 캠프에 머물고 있다.

울루카야는 25세 때인 1997년에 영어를 배우러 미국에 왔다가 2005년 그릭요거트 생산업체 초바니(Chobani)를 창립했다. 터키어로 ‘양치기’라는 뜻의 초바니는 연 매출이 10억달러로 미국 요구르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한 알왈리드 빈 탈랄(60) 왕자

자수성가한 ‘사우디 왕족’인 알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 Al-Saudㆍ60) 왕자는 10여년 전 부터 꾸준히 난민 구호활동을 해왔다.

그는 2002년 팔레스타인 난민을 위해 사우디 정부가 주도한 자선 모금방송에서 2700만달러를 내놓고, 최근에는 시리아 난민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런 식으로 알왈리드 왕자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이 35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7월에는 자신의 자산 320억달러를 전부 사회에 환원겠다고 밝혔다. 기부액은 자신이 설립한 ‘알 왈리드 재단’을 통해 수십 년에 걸쳐 난민 구호와 여성, 청년 문제 해결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왕족 출신인 알왈리드가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는 그는 다른 왕족처럼 어린시절 유복한 생활을 누리지 못해 난민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이다. 알왈리드 왕자는 올해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Abdullah Bin Abdul Aziz) 국왕의 조카지만, 왕위계승 등 사우디 왕가에는 큰 영향력이 없다. 알왈리드의 혈통은 왕족이지만 성골 출신은 아니기 때문이다. 레바논 출신 어머니는 알왈리드가 7살 때 이혼해 그는 모친을 따라 레바논에서 자랐다. 이 때문에 사우디 왕가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그는 오일 머니를 이용해 재산을 일구지도 않았다. 그는 대학졸업 후 은행에서 빌린 3만달러로 건설ㆍ 부동산 투자 등에 나서 사업을 키웠다.

이후 세계에서 손꼽히는 투자가가 됐다. 1990년대 위기에 빠진 시티그룹에 투자해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후 자신의 회사 ‘킹덤 홀딩스’를 설립한 후 애플,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기업에 투자, 자산을 320억달러까지 불렸다.


유하 시펠레 핀란드 총리(위)와 그가 난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자신의 집.

한편 핀란드의 기업가 출신 유하 시펠레(Juha Sipilaㆍ53) 총리는 자신의 집을 난민에게 개방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시펠레 총리는 핀란드 중부 킴페레에 있는 자신의 집을 내년 1월 1일부터 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킴페레의 시필레 총리 집은 그가 총리직 수행을 위해 핀란드 수도 헬싱키로 이사한 이후 비어 있는 상태다.

시필레 총리는 핀란드 방송 M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난민문제 해결을 위해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모든 일을 사회가 하도록 맡기기는 쉽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시민이 스스로 행동할수록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혐오 발언 및 연설)를 멈추고 난민들이 핀란드에서 안전하고 환영받는다고 느끼게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 기업가로 큰돈을 벌어 백만장자 대열에 들어선 시필레 총리는 지난 4월 자신이 당수로 있는 중도 성향의 중앙당이 의회 전체 200석 가운데 49석을 얻어 제1당에 오르면서 총리가 됐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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