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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9.2% 확률게임에 목숨거는 난민들, 지중해 난민선은 왜 자주 침몰할까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세 살난 꼬마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유럽 전역이 비탄에 빠진 가운데 쿠르디가 탄 난민선 역시 난파된 것으로 알려져 빈번한 난민선 전복사고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AP통신 등 여러 외신에 따르면 쿠르디 가족은 터키를 떠나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으로 가던 도중 배가 난파됐다.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사고 당시 선장이 없어 배를 직접 조종했으나 파도가 높아 배가 뒤집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EU국경관리청(Frontex)]

터키 경찰은 배에 탄 사람들 가운데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단 2명이었고 나머지는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고무보트 수준의 작은배에 탔다고 지적했다.

유난히 지중해 난민선의 피해가 많은 것은 이처럼 선장의 무책임함, 지중해의 악천후, 구호ㆍ안전장비 미흡, 승선인원 초과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난민 768명을 태운 화물선 블루스카이엠호가 난파 직전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대 출동 당시 블루스카이엠호는 엔진실이 잠겨있는 상태로 속도를 유지하며 이탈리아 해안을 향하도록 자동운항장치가 설정된 채 항해하고 있었다. 선원들은 도망가고 없는채였다. 기상은 좋지 않은데다 암초가 있거나 다른 선박이 있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한 것이다.

난민들에게 수천달러를 받고 배에 태워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불법 이민 중개는 음성적으로 산업화돼 성행하고 있다. 현지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들 불법 이주 브로커들은 퇴역 선박을 헐값에 사들이고 선원들을 고용해 바다로 나간 뒤 선원들은 해상에서 배를 버리고 탈출하면서 구난신호를 보내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표류하다 구조된 난민선 이자딘호의 사례도 비슷했다. 이 선박은 50년 가까이 가축운반선으로 쓰였던 낡은 선박이었다. 선원들은 모두 하선한 상태였고 설상가상 배에 연료는 떨어졌다. 당연히 전기도 끊겼다. 난민 360명이 탑승해있던 이자딘호는 유령선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에 의해 구조돼 사고는 막을 수 있었다.

정원을 2~3배 초과한 조각배는 지중해의 높은 파도에 쉽게 뒤집어진다.

‘신세계’를 찾아 떠난 난민들의 이주 열망은 더욱 극단적인 행위들을 낳는다.

그리스 정부는 난민 유입을 막기위해 해안경비대 순찰을 통해 난민선을 되돌려보내는 작업을 한다. 난민들은 어떻게든 그리스에 도달하고자 일부러 배에 구멍을 내고 구조를 기다린다. 구명조끼도 변변찮은데 정원초과의 난민선은 금방 물에 잠기고 아래층부터 올라온 물은 조금씩 난민들을 삼킨다. 그제서야 경비대는 부랴부랴 구조에 나서지만 일부 난민들은 숨진 채다. 문제는 밀입국 브로커들이 난민들에게 일부러 보트에 구멍을 내라고 지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죽음의 항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들어온 난민의 수는 35만1314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중해를 건너지 못하고 바다에서 숨진 이들은 2643명에 달했다.

지중해를 무사히 건널 확률은 무려 99.2%. 지중해에서 사망할 확률은 0.8%에 불과하다. 난민들은 이 99.2% 확률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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